조기대선에 길 잃은 재초환…폐지 물 건너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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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장들 불안감에 청원 2주만에 2만명 돌파
투기방지 취지지만 분담금 높여 실거주만 막아
정비사업 촉진 통한 주택공급 정책에도 걸림돌 작용

  • 등록 2025-04-10 오후 6:04:56

    수정 2025-04-10 오후 6:04:56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조기 대선 정국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각종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목소리가 힘을 받으며 정비사업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8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요청 관련 내용.(사진=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 캡처)

특히 재건축·재개발의 주요 걸림돌 중 하나였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는 여야 간 찬반이 명확했던 쟁점법안 중 하나로 대선 전에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1인당 8000만원이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로, 국민의힘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뚜렷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이 올라와 현재 약 2만 3000여명이 동의를 한 상태다. 청원은 지난달 23일 올라와 이달 23일까지 진행된다.

청원자는 “재초환은 주택가격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취지와 달리 조합원들에게 과도하고 불명확한 산정 기준을 제시해 실거주하려는 주민들에게 분담금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분담금 부담으로 결국 많은 조합원들이 집을 매도하는 등 오히려 실거주를 못하고 떠나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며 청원의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대상 아파트 가운데 준공을 하고 부담금 재산정 및 부과 절차를 앞둔 곳은 전국적으로 총 51개 단지, 약 1만8000가구에 달한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환수액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돼 재초환법 폐지 무산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실제 지난해 통과된 재건축 부담금 완화 법안 기준으로 이미 착공에 들어간 서초구 반포3주구는 1인당 환수액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억대 환수액은 서울 강남권만의 일이 아니다. 대구 수성구청이 추정한 대구 수성구 내 주요 단지별 1인당 재건축 부담금은 범어우성1차가 2억 5000만원, 우방범어타운2차 2억 3000만원 선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초환법 폐지 통과 촉구 청원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가 확정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 청원 동의자는 “정부는 정비사업을 통해 빠르게 주택공급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재초환법으로 인해 분담금이 높아지면서 사업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업장이 많다”며 “청원으로 법안이 통과될 리 만무하지만 다음 정권에라도 시장의 상황을 알리고 싶어 동참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재초환은 투기 억제라는 본래 취지보다는 조합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줘 실거주를 포기하게 하거나 정비사업 속도를 늦추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본래 투기 억제와 개발이익의 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도입되었지만, 현실에서는 정비사업의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실거주 조합원에게까지 과도한 부담금을 부과해 입주를 포기하게 하거나 대출로 이어지게 만들며 오히려 주거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으며 산정 기준이 불명확해 사업 예측성을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미 여야가 합의를 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대전제로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재초환법 폐지 혹은 대폭 환수액을 줄여주는 등의 개정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수석은 “대선 결과가 어떻든지 새 정권 초기에는 국민 주거권을 위한 주택 공급 대책 등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재초환법 폐지에 대한 시장의 의견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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