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본 기증으로는 역대 최대”
조계종 탁본 명장인 흥선 스님이 금석문 탁본을 비롯한 1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탁본 자료 기증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일 “흥선 스님으로부터 금석문 탁본을 비롯한 총 558건 1143점의 자료를 기증받았다”며 “삼국시대에서 조선 시대에 이르는 우리 금석문화의 흐름을 포괄한다”고 밝혔다. 흥선 스님의 탁본은 금석문의 내용을 정확히 옮기고 조형적 아름다움까지 담아내, 학술적 가치와 예술성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물관은 이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하고 전시와 연구를 통해 금석문과 탁본의 의미를 국민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탁본은 돌과 금속, 나무 등에 새긴 글씨나 그림을 종이와 먹으로 그대로 찍어내는 것을 말한다. 흥선 스님은 불교중앙박물관장과 김천 직지사 주지 등을 역임했으며 40여 년간 전국의 주요 금석문을 채탁해 온 탁본 전문가다. 2024년 대한불교조계종의 첫 탁본 분야 명장으로 지정됐다.
흥선 스님의 탁본은 기존 탁본보다 판독 가능한 글자가 훨씬 많으며 글을 새긴 끌 자국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고 입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증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탁본은 보물 ‘장흥 보림사 보조선사탑비’ 탁본이다. 통일신라시대 승려인 보조선사 지선(804∼880)을 기리며 세운 탑비는 머릿돌에는 구름과 용의 모습이 조각돼 있고, 몸돌에는 보조선사와 관련한 기록을 담아 가치가 크다. 보물 ‘안성 칠장사 혜소국사비’ 탁본 역시 고려시대 승려인 혜소국사 정현(972∼1054)의 삶과 주요 행적, 비석의 정교한 용 조각과 서체 등을 정교하게 표현해 중요한 연구 자료다.
이 밖에도 충무공 이순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 탁본, 1883년에 제작된 정부인 광산김씨(1739∼1805)의 묘비 탁본 등도 기증 자료에 포함됐다. 광산김씨 묘비의 경우, 당대 최고의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와 창암 이삼만이 함께 글씨를 써 조선 후기 두 명필가의 서체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