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소득 증가율 가장 낮은 20대
1만원 이하 식당 ‘거지맵’ 유행 이어
취미생활도 저비용 찾는 사례 늘어
16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종합시장에서 ‘젤리슈즈’와 꾸미기용 부자재를 판매하는 ‘성도스포츠’ 사장 김종보 씨(63)가 매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김 씨는 “손님은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하다”며 “젤리슈즈는 자기 스타일대로 마음껏 꾸밀 수 있어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동대문종합시장 곳곳에서는 투명한 젤리 재질의 샌들과 리본, 비즈 등 각종 액세서리를 찾는 젊은 손님들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아무런 장식이 안 달린 기본 신발을 산 뒤 액세서리를 붙여 자신만의 신발로 꾸미는 이른바 ‘젤꾸’(젤리슈즈 꾸미기)가 청년층 사이에서 유행하면서다.
● 젤꾸·볼꾸… 꾸미기형 취미 뜬다
4, 5년 전만 해도 골프나 위스키 수집, 일식 오마카세 즐기기 등 고비용 여가가 청년층의 ‘취향 소비’로 주목받았다면 최근에는 소소한 꾸미기형 취미가 인기를 끌고 있다. 1만 원 안팎에 꾸밀 거리를 직접 고르고, 만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날 동대문종합시장에서는 젤리슈즈뿐 아니라 ‘볼꾸’(볼펜 꾸미기), ‘가꾸’(가방 꾸미기), ‘폰꾸’(휴대전화 케이스 꾸미기) 등 다양한 꾸밈용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매장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지수 씨(25)는 4000원으로 다양한 액세서리를 구입해 ‘나만의 볼펜’을 만들었다. 이 씨는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을 만들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설을 활용해 무료로 취미생활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류으뜸 씨(35)는 지난해 캘리그래피 등 취미 활동에 월 10만 원가량을 썼지만 최근에는 모두 그만두고 다른 취미를 찾았다. 류 씨는 “요즘은 지인들과 글쓰기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다”며 “종합사회복지관 무료 시설에서 녹음해 비용 부담도 없다”고 했다.
앞서 이란 전쟁의 여파로 물가가 치솟자 한 끼에 1만 원 이하의 식당 정보만 등록하는 이른바 ‘거지맵’ 사이트에 2030세대 직장인 수십만 명이 몰리며 식비를 아끼려는 움직임을 보인 데 이어 자기계발이나 취향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는 양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취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청년층의 소비 성향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고비용 시대에 청년층은 적은 비용으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소비를 찾고 있다”며 “‘젤꾸’ 같은 취미는 비용 절감과 동시에 자기표현 욕구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 세대의 호응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진영 기자 goreal@donga.com
조승연 기자 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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