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앞으로 5년 안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을 기존보다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2일 밝혔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폭발로 극심한 메모리 병목 현상이 이어지자 과감한 선제 증설로 전 세계 ‘AI 팩토리’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이 중장기 생산 능력 확대에 관한 구체적 목표치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AI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최 회장의 투자 행보에 힘을 실었다.
최 회장은 이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6’ 행사장 내 SK하이닉스 부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메모리 병목 현상은 2030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라며 “많은 장애물이 있겠지만, 이를 극복하고 향후 5년 안에 우리의 전체 생산 능력(웨이퍼 기준)을 두 배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 AI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젠슨 황 CEO가 어제 발표한 새로운 AI PC 역시 많은 메모리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D램 생산 능력은 월 45만 개다. 이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면 약 90만 개인데, 이는 월 65만 개 정도인 삼성전자의 생산 능력을 웃도는 수치다.
최 회장의 이 같은 공격적인 선언은 글로벌 AI 공급망이 직면한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를 적극적으로 타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장비, 건설, 토지, 전기 등 모든 비용이 상승하겠지만 우리는 생산해내야만 하고, 결국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아울러 단순한 칩 공급을 넘어 ‘AI 팩토리’ 인프라 구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미래에는 더 많은 인텔리전스를 생산할 수 있는 수많은 AI 팩토리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대만의 많은 파트너와 연구개발(R&D) 역량이 필요하다. AI는 파트너가 없으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분야”라고 했다. 엔비디아, TSMC와 구축한 삼각 동맹에 대해서도 “역대 최고의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젠슨 황 CEO는 앞서 이날 오전 타이베이 그랜드하이라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을 언급하면서 “HBM3E, HBM4, 후공정 패키징(CoWoS), 실리콘 포토닉스까지 전 분야 공급망과 협력하며 매우 강력한 성장을 지원할 만큼 (메모리) 공급을 확보했으나, 여전히 공급 부족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젠슨 황 CEO는 최근 성과급 갈등을 겪은 삼성전자의 노사 이슈에 대해 “사람들은 가능한 한 많이 보상받아야 한다”며 “나 역시 직원들에게 최대한 많이 지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강해령 기자/김채연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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