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사고는 CG" 유족 조롱한 가짜뉴스…檢 "엄단하겠다"

1 day ago 2

“참사도 연기, 유족은 배우”... 전국서 허위 주장
檢 “엄벌하겠다" 구형 상향 지침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뉴스1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둘러싸고 온라인상에 유족을 조롱하거나 허위사실을 퍼뜨린 이들이 잇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대검찰청은 인터넷 게시글과 동영상 등을 통해 유가족에 대한 유언비어를 유포하거나 모욕한 피고인 14명을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3월부터 이달까지 순차적으로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부산지방검찰청을 비롯해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밀양·부천지청, 광주지방검찰청 등 전국 각지의 검찰청이 수사에 나선 결과다. 부산지검은 유튜브를 통해 허위 영상을 집중적으로 유포한 피의자 1명을 구속기소했고, 나머지 13명은 각 지검·지청에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유족은 배우, 사고는 조작"…전국 각지서 허위주장

검찰은 피고인들이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퍼뜨려 참사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봤다. 피고인들은 유튜브 채널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제주항공 참사 자체가 조작됐다는 식의 주장을 반복하는 식으로 허위정보를 퍼뜨렸다. 유가족 대표가 특정 정당의 당원이라며 “유족을 사칭하는 시위꾼”이라는 음해성 주장을 내세운 사례도 있었으며, 일부는 “무연고 시체를 팔아 돈을 번다”는 터무니없는 음모론까지 게시했다. 이 과정에서 “무안통구이들” 등 지역 비하성 표현과 조롱성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피해자들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에도 상처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부산지방검찰청이 수사한 유튜버 A와 B의 영상 조작 사건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유튜브 채널에 ‘무안공항 항공기 사건 영상분석’이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올리며, “제주항공 참사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 장면은 CG로 조작됐다”는 등의 허위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 “유족들은 과거 세월호, 이태원 사건 때도 나왔던 배우들”이라며, 유족들을 조롱하는 내용의 영상을 100여개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A를 구속기소하고, B도 불구속 상태에서 함께 재판에 넘겼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檢, 악의적 유포 엄단 방침"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상 명예훼손과 가짜뉴스 유포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경제적 이득을 노리거나 특정인을 보복·음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 또는 의도적으로 허위정보를 생성·확산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정식 재판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또 약식기소가 불가피한 사건이라도 구형을 상향하도록 전국 검찰청에 사건처리 기준을 시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참사 유족에 대한 악의적 유언비어는 피해자 개인을 넘어 국민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며 “사이버 공간에서도 타인의 인격과 명예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태국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오전 9시 3분께 무안국제공항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인근 둔덕형 콘크리트 구조물(로컬라이저)을 피하지 못하고 충돌·폭발한 사건이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으며,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위원회는 사고 직전 항공기 엔진에 조류가 빨려 들어가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가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