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 폐건물에 매트릭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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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공간 ‘하우스 오브 레퓨즈’ 오늘부터 日 이케다 료지 개인전 고주파 사운드-LED 조명으로 꾸며 이케다 료지의 미디어 설치 작품 ‘the critical paths’. 천장 스크린에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유전체연구소가 제공한 유전체 데이터가 흐른다. 하우스 오브 레퓨즈 제공 제주 애월 숲속엔 20년 넘게 방치된 폐건물이 있었다. 이를 리모델링한 문화 공간이 바로 ‘하우스 오브 레퓨즈(House of Refuge)’다. 22일 나무가 우거진 숲을 헤치고 이 콘크리트 건물 속으로 들어서자, 눈을 찌를 듯 초고속으로 흐르는 바코드와 숫자가 스크린에 펼쳐졌다. 이명처럼 귀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고주파음이 들렸다. 소리와 빛의 폭포 속에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일본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전자음악 작곡가인 이케다 료지(60). 1990년대 도쿄의 지하 클럽 DJ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사카모토 류이치(1952∼2023)와 함께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을 대표한 다원예술 그룹 ‘덤 타입(Dumb Type)’의 핵심 사운드 디렉터로 명성을 얻었다. 24일 개막하는 이케다의 개인전은 1000m² 규모의 전시 공간 디자인과 작품 배열 등을 작가가 모두 직접 구성했다. 전시의 문을 여는 작품 ‘the critical paths’는 2명이 나란히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25m 통로. 천장은 고화질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가득 채웠고, 양옆은 거울로 구성돼 있다. LED 스크린에선 태초부터 현재로 이어져 온 방대한 인간의 유전자 데이터가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자세히 보려 해도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속도. 움직이는 문자들이 거울로도 무한히 펼쳐지는 공간을 관객은 걷게 된다. 전체를 진동하는 고주파 사운드가 귀를 자극한다. 이렇게 작가는 ‘지각의 한계에 부딪히는 과부하의 상태’를 여러 작품을 통해 연출해 보인다. 인간 유전체 수치는 물론이고 우주 관측 데이터나 양자 물리학, 원주율 같은 어려운 숫자를 극한의 소리와 빛으로 변환한다. 다만 각 데이터의 구체적인 의미를 파고들기보단, 이 데이터들이 화면에 수치나 그래프로 표현된 모습을 기호대로 조합해 눈길을 끄는 영상으로 만든 경향이 강하다. 이를테면 신작 ‘the irreducible’에서는 커다란 LED 스크린에 깨알 같은 숫자 수백만 자리를 가득 채우고, 그 아래에 거울을 깔아 그 수를 더 늘린다. 혹은 3.14로 시작해 무한히 이어지는 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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