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인 맘껏 창작열 태우도록
국비 20억 투입해 첫 국공립 연습장
오케스트라-연극-무용-국악 등 가능
제주 제주시 옛 도심 중앙로에 있는 한 조용한 골목. 한때는 영화관이 있어 늘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시내 문화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약 7년 전 영화관이 문을 닫으며 인적도 끊기고 을씨년스러워졌다.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곳은 찾는 이들이 늘어나며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연습 공간이 절실했던 제주 지역 예술인들이 즐겨 찾는다. 한 예술인은 “한적한 분위기가 오히려 연습에 집중할 최적의 환경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거리의 분위기를 바꾼 이 건물은 바로 제주 지역의 첫 국공립 예술 연습센터인 ‘아르코공연연습센터@제주’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는 두 개 층 약 726㎡ 면적 공간에 크고 작은 공간 6개로 구성했다. 오케스트라와 연극, 국악, 무용 등 거의 모든 장르의 예술인들이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 현지에서 해당 연습센터를 “제주 공연예술의 새로운 요람”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아르코공연연습센터@제주는 예술위가 ‘공연예술 연습 공간 조성 및 운영’ 사업의 일환으로 제주도, 제주문화예술재단과 함께 국비 20억 원을 투입해 조성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무료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 뒤 12월 20일 공식 개관식을 가졌다. 센터 관계자는 “시범 운영 기간에만 지역 예술인 1700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엄청나다”고 전했다.2월부터 정식으로 문을 열면 유료로 운영되지만, 지역 예술인들의 발길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서 사설 연습 시설의 이용료는 평균 3시간당 4만∼6만 원. 하지만 센터는 1만 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게다가 중연습실 2개와 소연습실 1개, 개인연습실 2개, 리딩룸 1개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별도의 분장·탈의실 등 부대시설과 전자피아노, 음향 및 조명 기기 등 첨단 시설도 갖추고 있다.
시범 운영 때 연습실을 이용했던 제주빌레앙상블의 부희주 비올리스트는 “규모가 큰 단체는 연습 공간을 찾는 게 고역”이라면서 “쾌적한 공간에서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연습의 질도 향상됐다”며 기뻐했다. 한국연극협회 제주지회 소속으로 제주신화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남성민 배우도 “기존 연습 시설은 접근성이 떨어졌는데 도심에서 배우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지역 어린이합창단인 ‘노래하자 춤추자’의 강지성 군은 “주택가에서 소음 때문에 가슴 졸이며 연습했는데, 이젠 마음껏 춤추고 노래할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예술위의 공연예술 연습 공간 조성 및 운영 사업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민간 공연예술단체 및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연습 공간과 더 나은 창작 여건을 제공하려는 취지다. 예술위와 지방자치단체, 지역문화재단의 3자 협력으로 주로 유휴시설을 리모델링해 공연연습센터를 조성했다. 2015년에 처음 시작한 사업은 현재 전국에서 21곳을 운영할 정도로 큰 성과를 거뒀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연습센터가 지역문화의 거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예술인들의 다양한 창작 활동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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