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특례시가 반도체·미래 자동차·바이오를 앞세워 단순 제조 도시의 틀을 벗고 첨단산업 중심 도시로 빠르게 탈바꿈 중이다. 대기업 투자 유치에 그치지 않고 창업과 연구개발, 수출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촘촘히 엮으며 전국 최대 산업도시로 도약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숫자로 증명된 산업 경쟁력
21일 화성특례시에 따르면 민선 8기 들어 시가 추진한 기업 투자 유치 규모는 지난 3월 기준 24조9631억원이다. 당초 목표인 20조원을 조기에 달성한 뒤 목표를 25조원으로 다시 높여 잡았다. 임기 중반을 넘긴 시점에서 목표를 상향할 수 있었다는 것은 투자 유치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성시는 현재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지역내총생산 1위 도시다.
2022년 기준 지역내총생산은 95조1507억원에 달했다. 이는 일부 광역시를 웃도는 수준으로, 화성이 이름뿐인 산업도시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 생산력을 갖춘 도시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전국 최대 규모의 제조업 기반 위에 첨단산업을 입히는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변화는 반도체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이 잇달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에이에스엠(ASM)은 화성 혁신제조센터를 준공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고, 에이에스엠엘(ASML)도 화성 캠퍼스 조성을 마쳤다. 일본 도쿄일렉트론코리아와 아크레텍코리아 역시 연구시설과 실증 공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화성시에 자리 잡은 반도체 관련 기업만 1705개에 달하며, 시제품 제작과 장비 활용, 전문 인력 양성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지원 체계도 구축했다.
미래 자동차 산업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기아의 목적 기반 차량 전용 공장이다. 기아는 화성 오토랜드를 중심으로 미래 이동수단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목적 기반 차량은 사용 목적에 따라 공간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차세대 운송 수단으로, 미래 이동수단 시장에서 핵심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성시는 송산그린시티와 주요 산업단지를 연계해 자율주행과 미래 자동차 실증 구역 조성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실제 도로와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연구개발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창업·중소기업 지원 체계 강화
화성 산업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대기업 중심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창업 기업을 위한 지원 체계도 함께 넓혀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창업 기업이 함께 어우러져 성장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화성 산업정책의 핵심 방향이다.
대표 사례가 '화성동탄테크노폴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다. 동탄테크노밸리와 동탄일반산업단지, 석우동 정보기술 단지 일원 2.11㎢ 규모가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이곳에는 현재 벤처기업 433곳, 중소기업 2318곳이 모여 있다. 기업이 한곳에 집적되면서 기술 교류와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촉진지구에 입주한 벤처기업은 취득세 50%, 재산세 35% 감면 혜택을 받는다. 화성시는 동탄 일대를 ‘신성장 연구개발 연결축’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창업 지원 체계도 확대했다. 화성시는 동탄 인큐베이팅센터 내 창업 지원 입주 공간을 기존 24개사에서 34개사로 늘렸다.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을 줄이고,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등 투자 연계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초기 창업 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비용 부담과 투자유치·판로 개척 문제를 동시에 풀어주겠다는 접근이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세분화했다. 특례보증과 운전자금 지원, 공장 밀집 지역 기반시설 정비, 기숙사 임차비 지원 등 기업 맞춤형 정책을 확대했으며, 중소기업 운전자금은 기업당 최대 5억원 대출에 대해 연 2% 금리를 지원해 기업이 생산과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소규모 제조업체 지원도 강화했다. 화성시 제조업체 2만5624곳 가운데 약 80%인 2만521개가 소규모 제조업체다. 화성시는 팔탄·봉담·동탄 등에 공동 기반시설과 복합지원센터를 갖추고 첨단 제조 장비와 기술 교육을 지원해, 소규모 제조업체가 첨단 기술을 갖추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전국 첫 물류 협약·인공지능 무역센터
수출 지원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화성시는 전국 최초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협약을 맺고 삼성에스디에스의 수출 물류 서비스를 지역 중소기업이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기업이 구축한 물류망을 중소기업도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출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 전시회 참가와 물류비, 해외 판로 개척 지원도 확대했다.
인공지능 기반 수출 지원도 눈에 띈다. 화성 인공지능 무역지원센터는 화상 상담실과 제품 촬영실, 공동 업무 공간 등을 갖추고 중소기업 제품 촬영과 해외 전자상거래 등록, 해외 바이어와의 소통부터 거래 성사까지 수출 전 과정을 돕는다. 수출이 일부 대기업만의 영역이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 모두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전문가들은 화성시 산업정책의 강점으로 ‘연결 구조’를 꼽는다. 반도체·미래 자동차·창업·연구개발·수출·인공지능 전환까지 산업 생태계 전체를 하나로 묶은 데다, 각각의 정책이 따로 작동하지 않고 서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점이 화성 산업정책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분석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반도체와 미래 자동차, 바이오를 중심으로 미래 전략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기업 투자와 창업, 수출, 연구개발이 선순환하는 산업 구조를 조성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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