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맘 서준맘, 줄잇는 ‘○○맘’ 패러디…풍자? 조롱? ‘아슬아슬 줄타기’

13 hours ago 3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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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패딩과 가방을 걸치고 아들 학원 라이딩에 올인한 ‘제이미맘’. 숫자를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까까’ 개수가 적다는 걸 알아챈 ‘영재적 모먼트’에 감탄해 네살짜리 아이를 수학 학원에 보낸다. 원어민 교사에게서 “배변 훈련에 성공했다”는 전화를 받고 감격한다.

코미디언 이수지는 원래도 인물 묘사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연기자다. 하지만 최근 젊은 대치동 엄마 ‘제이미맘’을 코믹하게 그려낸 유튜브 영상은 순식간에 그의 최대 히트작으로 등극했다. 한 달에 걸쳐 공개된 영상 두 편의 조회수를 합치면 18일 기준 1380만 회가 넘는다.

최근 3040 주부를 패러디한 콘텐츠들이 연이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나이대 여성들 사이에 화제가 됐던 특징들을 예리하게 포착해 재현한 덕에 ‘극사실적 풍자’라는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풍조가 과거 ‘된장녀’ ‘맘충’처럼 편견을 고착화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젠더 논란을 폭발시킨 ‘제2의 김 여사’가 될 수 있단 지적도 적지 않다.

● 3040 주부 패러디 콘텐츠 범람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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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맘’만 인기인 게 아니다. 신도시 젊은 엄마 ‘서준맘’ 시리즈도 코미디언 박세미를 스타덤에 올려놨다. 이수지가 ‘대치맘’을 연기했다면, 서준맘은 ‘동탄맘’으로 대표되는 신도시맘을 풍자했다. 아이를 비싼 영어유치원에 보내려 애쓰고 화려한 네일아트를 즐기며, 친한 언니들과 커피숍에서 정보를 공유한다고 바쁘다.

이렇게 30,40대 주부를 다룬 코미디 콘텐츠는 최근 전성기를 맞았다. 비슷한 스타일의 콘텐츠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피식대학’이 최근 선보인 ‘예쁠림’ 시리즈는 오랜 무명 생활을 한 코미디언 연예림의 얼굴을 단번에 알린 패러디물이다.

예쁠림은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40살 인플루언서 캐릭터. 나이에 비해 젊은 외모, 키 190cm 고등학생 아들을 마치 연인처럼 앞세워 자랑한다. 툭하면 ‘팥물’ 공구를 홍보하는‘팔이피플’(공동 구매 인플루언서를 비꼬는 명칭)을 다소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이수지의 ‘제이미맘’이 인기를 끌자, 배우 김동휘의 ‘대치파파의 하루’라는 파생 패러디물도 나왔다. 이 영상은 지난달 27일 공개 이후 조회수 100만 회를 넘겼다. 주목할만한 건 유학파 출신 대기업 ‘대치 아빠의 일상’을 다룬 콘텐츠물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을 부인 허락과 지시 아래 하는 그의 고달픈 하루를 통해 자녀 교육과 명품 소비에 올인한 ‘대치맘’ 이미지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젊은 여성이나 엄마를 소재로 한 패러디물이 인기인 이유로 ‘높은 접근성, 낮은 저항력’을 꼽았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 주위에 한 명쯤 있을 법한 친숙한 인물이기 때문에 콘텐츠로 만들어 공감을 얻기가 좋다”면서 “패러디 대상이 시청자 본인일 수도, 이웃일 수도 있기에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특정 유명인을 지목하지 않으면서도 널리 소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풍자로 인한 반발이나 저항력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 “풍자가 조롱이 돼 선 안 돼”

하지만 이런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사회적 풍자를 넘어 특정 집단을 정형화하면서 편견, 혐오를 조장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들 패러디물에는 “아줌마들 꼴값 토 나온다” “퐁퐁남 잘 만나서 인생 역전” 등의 과도한 댓글이 상당하다. 이수지의 ‘제이미맘’ 영상이 배우 한가인이 유튜브에서 공개했던 자녀 라이딩 일상을 저격했다는 억측이 나오면서, 한가인 유튜브에 몰려가 악성 댓글을 다는 이상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황 평론가는 “콘텐츠 자체는 과장법과 희화화를 사용한 풍자물에 지나지 않지만, 코미디를 얄팍하게 이해한 댓글이 불필요한 갈등을 낳고 있다”고 했다.

유사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늘다보면, 운전하는 여성을 싸잡아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던 ‘김 여사’ 수준의 혐오 문화가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풍자는 사회적 권력의 유무, 구체적인 부작용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단순히 성별과 연령, 또는 ‘OO맘’으로 범주화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예전의 ‘맘충’ ‘된장녀’ 혐오 연장선으로 가는 흐름이 보이는 건 우려되는 현상”이라고 경고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이런 풍자물이 제기한 과열된 입시 경쟁, 허영적 소비 등 이면의 문제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나라면 어떨까’에 대한 성찰과 사회의 근본적 문제에 관한 담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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