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385〉

1 week ago 15

새가 있네, 새가 있네, 이름은 늙은 솔개. 횡포와 탐욕의 기세 늙어도 쇠하지 않네.매 같은 발톱으로 살점만 낚아채고, 하늘에 닿을 듯한 두 날개로 한갓 높이 날 뿐이네.아침저녁 훔치고 빼앗아 마구 배 채우며, 앞뒤 두리번대며 높은 가지에 도사리네.구슬 탄환 쏘아 대도 죽기로 버티니, 둥지와 새끼를 함께 지키려 함이네.(有鳥有鳥名老鴟, 鴟張貪很老不衰. 似鷹指爪唯攫肉, 戾天羽翮徒翰飛.朝偷暮竊恣昏飽, 後顧前瞻高樹枝. 珠丸彈射死不去, 意在護巢兼護兒.)―‘새가 있네(유조·有鳥)’ 제1수 원진(元稹·779∼831)도둑도 제집 자물쇠는 단단히 채운다. 원진의 연작시 첫머리에 등장하는 늙은 솔개가 꼭 그렇다. 늙어도 사나운 기세는 꺾이지 않는다. 매 같은 발톱으로 살점을 낚아채고 아침저녁 남의 것을 훔쳐 배를 채운다. 높이 날지만 날개의 높이와 행실의 품격은 별개다. 높은 가지에서도 앞뒤를 쉴 새 없이 살핀다. 많이 차지해도 마음까지 넉넉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솔개는 탄환을 쏘아도 달아나지 않는다. 제 둥지와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다. 이를 아름다운 부성애로만 읽으면 시의 독기가 빠진다. 남의 둥지는 허물면서 제 둥지는 목숨 걸고 지키는 모습이야말로 시인이 겨냥한 인간의 민낯이다. 탐욕은 혼자 챙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자리와 재산을 지키고 끝내 제 편의 몫으로 남기려 한다. 제 둥지를 지키는 마음이야 무슨 잘못이겠는가. 문제는 그 둥지를 누구의 살점으로 채웠느냐이다. 남의 몫을 움켜쥔 발톱으로 제 식구만 감싼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 탐욕의 울타리에 가깝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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