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나서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지자 현대차를 완성차 기업이 아닌 AI 플랫폼 기업으로 바라보고 투자 상품을 출시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현대차가 피지컬 AI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다음달 9일 'KODEX 현대차로보틱스밸류체인TOP3플러스'를 출시한다. 이 상품은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그룹의 로보틱스 밸류체인과 관련성이 높은 종목 10곳에 투자한다. 엔비디아와 구글처럼 현대차와 협력하는 해외 기업 주식도 들어간다.
지난 12일 선보인 KB자산운용의 'RISE 현대차고정피지컬AI'는 상장 후 2주 만에 순자산총액(AUM)이 3583억원으로 불어났다. 포트폴리오의 25%는 현대차를 고정 투자하고 나머지 75%는 로보틱스·자율주행·공장자동화 등 관련 기업 14곳을 담는 상품으로, 개인 투자자가 상장 이후 265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현대차에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ETF도 상장을 앞두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은 'WON 삼성전자현대차채권혼합50' ETF를 다음달 2일 선보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각각 25%씩 투자하고, 나머지 50%는 단기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총보수는 0.18%다. 우리자산운용은 "메모리에 쏠린 주식형 비중을 수출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차로 포지셔닝했다"며 "미국 밸류체인에 로봇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3곳에 불과해 추가 기업가치 평가가 기대된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하나자산운용도 다음달 9일 '1Q 현대차기아채권혼합50' ETF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25%씩 담고, 나머지 50%는 채권으로 구성하는 구조다. 총보수는 0.10%다. 하나자산운용은 현대모비스 등 다른 그룹 계열사 편입도 검토했지만 거래량과 시가총액 등 시장 대표성을 고려해 현대차와 기아 두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혼합형 ETF는 퇴직연금(DC·IRP) 계좌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최근 빠르게 시장이 커지고 있다. 현행 제도상 퇴직연금 계좌는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70%로 제한되지만 주식 비중이 50% 미만인 채권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연금 계좌에서 100% 편입할 수 있다.
실제 KB자산운용이 지난 2월 선보인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5%씩 담고 총보수를 연 0.01%까지 낮추며 흥행에 성공했다. 해당 ETF는 출시 3개월 만에 순자산(AUM) 2조 7000억 원을 돌파하며 올해 신규 상장 ETF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지난 4월에는 삼성자산운용이 비슷한 구조의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을 상장했고 한 달 반 만에 9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시장에서는 현대차를 자동차 업종을 넘어 AI·로봇 등을 아우르는 '피지컬AI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하는 모습이다. 현대차 주가가 최근 한 달간 29.2% 상승한 가운데, 현대모비스(58.61%), 현대오토에버(69.16%) 등 주요 계열사도 나란히 불기둥을 세웠다. 현대차의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현대차 주가는 올해만 129.7%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 목표주가를 줄줄이 높여 잡고 있다. 이달 들어 증권사 10곳에서 현대차의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목표가 최고치는 KB증권이 제시한 120만원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2035년 시장 점유율을 44.3%로 전망한다"며 "현대차가 휴머노이드 산업 선도함으로써 전세계 피지컬 AI 산업의 대표 주자로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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