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주주환원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올해 상장사들의 자기주식(자사주) 취득 규모가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주가 부양과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드러내는 가운데, 주주환원 효과는 향후 소각 등 처분 방식에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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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사들이 취득 신고한 자기주식 규모는 약 20조 58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약 8조 8730억원을 신고한 것 대비 2.5배 수준이다. 지난해 실제 자사주 매입 규모는 시장가격 변동 등에 따라 8조 7822억원으로 집계됐다.
배당 확대와 함께 자사주 매입이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기업들의 활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006800)이 지난 17일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획을 공시했다. 이는 기존 최대 규모인 1030억원의 3배 수준으로 △보통주 2000억원 △1우선주 100억원 △2우선주 900억원을 취득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에 취득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우리금융지주(2000억원) △신한지주(5000억원) △메리츠금융지주(9000억원) △KB금융(1조 2000억원)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연초부터 잇따라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전체 규모 확대를 견인했다. 금융지주 업종은 자본여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정부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정책 환경 변화를 지목한다. 현 정부 들어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마중물을 붓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주 취득은 단기간 내 실행이 가능하고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선호하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자사주 매입 발표는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유통주식 수 감소로 주당 순이익(EPS)과 주당 가치가 올라가며, 현재 주가를 저평가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투자자들이 받아들인다. 이에 따라 투자심리 개선 효과를 노린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공시는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자사주 매입 확대가 곧바로 실질적인 주주환원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임직원 보상 또는 경영상 목적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경우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 일부 기업들이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장기간 보유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면서 기대했던 주주환원 효과가 희석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취득이 소각으로 이어져야 주주환원의 완성이라고 강조한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과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는 흐름에서,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강화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임직원 보상 목적 등을 예외 항목을 제외하면 소각이 전제된 매입”이라고 분석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자발적인 자기주식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라며 “기업 스스로 자기주식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 요청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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