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거래소에서 하는 얘기 중 틀린 말이 없다. (기술을) 인체검증해서 잘 활용될 수 있게 확인하고 오라는 말이 잘못된 말이 아니다. 다만, 인체 데이터 없이도 예심을 통과한 일부 ADC 기업도 있기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선을 다해서 기술을 개발하겠다. 다행인건 주주들이 이런 목표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임상데이터까지 마련해서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정두영 피노바이오 대표).
세 번의 상장(IPO) 무산. 경영인을 지치게 할 법한 좌절을 세 번이나 겪었지만, 정 대표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다. 26일 기자가 만난 정 대표는 흔들림 없는 단단한 모습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했다.
2025년 주주들과의 약속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기업이던 피노바이오는 올해 신약개발사로 거듭난다. 늦어도 7월까지 자체신약의 후보물질 확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직접 임상도 추진한다. 이 같은 회사의 방향성에 20여곳의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인 안국약품, 에스티팜, 롯데바이오로직스, HK이노엔, 셀트리온도 지지를 보내고 있다. 내달 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가닥이 잡히게 된다.
정 대표는 “다음번 상장 도전에는 실패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지적받았던 인체데이터와 기술이전 규모 두 가지를 모두 이루고 재도전할 계획이다. 첫번째로, ADC 플랫폼 기술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다. 셀트리온이 1월 31일 CT-P70 임상계획을 신청한 내용이 다음 주 승인이 날 것이고 조만간 인체 투여를 시작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중간결과가 나오면 피노바이오 플랫폼 기술의 인체 검증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두번째로, 대형 기술료 수익창출이 가시권에 있는 물질을 만들어내겠다. 지금껏 피노바이오가 추진했던 파이프라인들은 플랫폼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약으로 만들기 위한 자체 파이프라인을 개발한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 100억원규모의 펀딩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필요한 금액은 230억원가량이지만 바로 연구비를 투입할 국내 대형 제약사가 있다는 설명이다. 연내 최소 두 건의 플랫폼 기술이전도 예상하고 있다. 스위스의 대형 바이오텍과도 공동연구개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존 FI들의 펀드 만기 일정에 따른 압박은 있지만, IPO 재도전까지 충분한 밸류업을 이루리라 자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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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영 피노바이오 대표 (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
피노바이오는 2020년 프리IPO에서 200억원을 조달하며 1700억원의 프리밸류를 인정받았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이오 붐이 일었던 영향으로 높은 몸값을 책정했다. 이어 2023년 또다시 진행한 프리IPO에서는 126억원을 조달하며 850억원의 프리밸류를 책정하고 리픽싱을 진행했다. 현재의 기업가치는 포스트밸류로 1050억원이다.
상장주관사는 KB증권이다. 2021년 첫 상장 시도에선 기술성평가에서 고배를 마셨고, 2023년에는 SCI평가정보, 이크레더블로부터 각각 A, BBB 등급을 받아 통과했지만 이후 코스닥 예비심사가 장기화되자 자진철회했다. 올초에는 한국평가데이터, 한국발명진흥회로부터 BBB, BBB 등급을 받아 아쉬움을 샀다. 절치부심 사업개발을 고도화시켜 내년 재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ADC는 ‘바이오베터’ 영역…셀트리온에 최적
피노바이오가 기술이전 이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2년 플랫폼 기술을 셀트리온(068270)에 총규모 12억 4280만달러(약 1조 7000억원)에 기술이전했다. 최대 15개 타깃에 피노바이오의 링커-페이로드 플랫폼을 결합해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내용이다. 선급금은 10억원에 그쳤지만, 셀트리온이 ‘CT-P70’과 ‘CT-P71’ 두 가지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연구를 추진함에 따라 마일스톤 수익이 지속해서 발생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올해 연말까지 피노바이오가 셀트리온으로부터 실수령할 기술료는 선급금을 포함해 누적 7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셀트리온은 시밀러(복제약)만 하던 회사를 탈피해서 신약 매출을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밀러만 하던 셀트리온이 계열내 최고(First-in-class) 혁신신약을 개발하겠다고 하면 시장의 의구심을 살 수도 있지만, 관점에 따라 ADC는 바이오베터로 볼 수 있어 셀트리온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신약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베터의 핵심 경쟁력은 시간이다. 다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게 선점해버린다는 점에서 셀트리온만한 플레이어가 없다. 이번에 셀트리온이 임상 계획(IND)을 제출한 CT-P70 또한 검증된 항체에 피노바이오의 링커페이로드를 붙인 것이다. 전임상 데이터는 셀트리온이 담당했다. 피노바이오가 아닌 제 3자가 도출한 데이터라 플랫폼 기술력에 대한 더 객관적인 증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이달 3일 미국식품의약국(FDA)에 CT-P70의 임상 1상 계획(IND)을 제출했고 올해 중반 첫 환자 투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CT-P71 대한 IND도 연내 제출할 예정이다.
ADC 국산화 선봉장
정두영 피노바이오 대표는 화학전문가인 동시에 특허와 사업개발에 잔뼈가 굵었다. 카이스트에서 화학 학사·석사 및 유기화학 박사를 졸업하고 박사후연구원까지 지냈다. 삼성SDI에서 반도체 재료 연구 2년, 특허청에서 3년, 한국화학연구원 BD 팀장 5년을 지냈고 2017년 피노바이오 창업에 이렀다.
정 대표는 “(저는)BD 관점에서 연구한다. 예산한계, 개발시간, 가용자원을 종합적으로 보고 어떻게 사업을 운용했을 때 임상단계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가장 경제적으로 약을 개발해 주주와 환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항암제 개발을 골랐던 이유도 국내 바이오벤처에게 거의 유일한 선택지라 판단해서였다. 현재까지 피노바이오는 누적 720억원을 투자받았고 그 금액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분야로 항암제를 특정했다.
최근엔 ‘ADC 국산화’를 위한 산업통상자원부 과제에 선정됐다. 피노바이오가 총괄하고 경보제약·KBIOHealth·넥사 등이 공동수행하는 내용으로, 과제 규모는 220억원이며 2028년 12월까지 진행된다. 피노바이오는 전임상 및 임상 시료 생산을 위한 ADC 합성 기술을 개발한다. 경보제약과 KBIOHealth는 주요 원료의 대규모 합성과 정제 기술을 담당한다. 넥사는 AI 기반 ADC 제조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맡는다. 과제 완료 시 국내에서 고품질 ADC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정 대표는 “현재 ADC 연구는 시료생산에만 300억원이 들고 GLP독성연구와 임상비용은 어떤 회사도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금액이다. 이번 과제는 피노바이오의 링커-페이로드 플랫폼을 사용하는 모두에게 약 150억원의 비용으로 임상 1a상까지 ADC 개발을 하게 해주자는 취지다. 인체에 테스트도 못해보고 연구를 접지 않게, 용량 증가까지는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