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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가장 상징적이자 중요한 존재감을 가진 부용이 사라진 이상, 비난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tvN ‘정년이’ 정지인 감독이 원작인 웹툰에서 사랑 받았지만 드라마에서는 삭제된 부용 캐릭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 감독은 이데일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부용이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제가 연출로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던 걸로 알고 있었다”라며 “제가 작품에 합류했을 땐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담은 드라마 ‘정년이’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그러나 원작에서 사랑 받은 부용 캐릭터를 삭제하며 방영 전부터 원작 팬들의 지적을 받았다.
정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부용이가 사라진 건 저도 사실 아쉬운 부분”이라며 “매란국극단과 각자 캐릭터를 맡아주신 배우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이야기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공개된 이후에도 이 부분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으로 꼽혔다.
정 감독은 “최효비 작가님, 원작 작가님과 상의하는 과정에서 12부작 회차 안에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집중시켜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도 수용해야 했기 때문에 상의를 많이 했고, 결국 캐릭터와 배우들에게 집중해서 풀어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부용이 캐릭터가 원작에서 팬, 퀴어,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었는데 어떤 한 캐릭터에 담기 보다는 드라마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작가님, 배우들과 상의하면서 담았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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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는 여성서사에 대한 아쉬움도 남겼다.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온 이들이 결국 결혼을 택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여성들은 단편적으로 그려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정 감독은 “영서의 언니인 영인이는 사실 엄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살던 사람이다. 본인의 삶을 살기 위해 성악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의 수단으로 결혼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홍주란에 대해서도 “주란이는 본인의 꿈을 포기하고 결국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당시 수많은 여성을 대변한다고 봤다. 원작의 주란이가 가진 단단함과는 다른, 현실에 순응하지만 이 역시 본인이 선택하는 길이기 때문에 힘겹게 나아갑니다. 주어진 현실을 묵묵히 살아가는 주란에게 정년과 매란은 고단한 현재를 버티게 하는 아름다운 꿈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원작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라며 “하지만 대중적인 방향을 위해서는 원작을 보지 않은 분들도 이해할 수 있게 각색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각색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정 감독은 “최대한 살릴 것을 살리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원작의 중요한 메시지를 쉽게 담아내지 못한 것은 저 역시 아쉬움이 남지만, 많은 시청자들을 훌륭한 원작으로 이끄는 이정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