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이 낳은 LA산불]
강원 동해안, 최근 잇단 대형 화재
국지성 강풍 불고 고온건조 현상
이상 기후에 ‘습윤 효과’도 사라져
기상 전문가들은 강원 영동지역이 기상과 지형 측면에서 최근 화재 참사를 겪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내륙에서 해안으로 부는 국지성 강풍, 고온건조한 기상환경, 산림 인접 지역부터 해안까지 이어지는 광범위한 취락시설이 그렇다는 것. 실제 최근 20여 년간 두 지역 모두 화재가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기상청과 국립산림과학원 등에 따르면 강원 동해안 일대에선 미국처럼 2000년대 들어 대형 화재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산불은 2022년 3월 울진·삼척 산불로 서울 면적의 41%(249.4㎢)를 태웠다. 당시 산불을 키운 요인으로 평년 대비 14.7%까지 떨어진 이 지역 겨울 강수량이 꼽혔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최대 피해(237.9㎢)를 안긴 산불 역시 2000년 4월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했다. 2023년 강원 강릉 산불은 3.79㎢ 규모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영동지역에선 3∼5월경 양양군과 고성군 사이로 국지성 강풍이 분다. 봄철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발생된 기류가 태백산맥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건조해진다. 미국 오렌지카운티 샌타애나 계곡을 넘어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과 태평양 연안으로 부는 샌타애나 바람과 유사한 것이다.
통상 동해안 일대에선 겨울철에 쌓인 눈이 봄철까지 이어져 화재 규모가 커지지 않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 여파로 해상 고기압이 강해져 고온 건조한 환경이 자주 나타나면서 이 같은 ‘습윤 효과’가 줄고 있다. 2022년 12월 강원 고성, 양양, 강릉에선 강수량이 0.0mm에 불과한 이상 기후가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영동지역 겨울 강수량은 평년 대비 80∼90% 수준까지 떨어졌다. 또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한 달간 영동지역 누적 강수량은 1.9mm로 평년(31.2mm) 대비 9.1% 수준에 불과하다.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해상과 산맥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데 기상과 지형 조건이란 측면에서 강원 영동지역과 유사하다”며 “캘리포니아주의 화재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규모가 커질 때 영동지역도 유사하게 피해가 커지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동지역 내 건조한 바람이 지나가는 곳에 난개발 구간이 퍼져 있어 산불이 붙으면 피해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