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공기업·설계구매시공 업체 등
민관원팀 그리드 수출 연합체 출범
정부간 협력 통해 사업기회 발굴하고
무역보험·시험인증 등 지원도 강화
2030년까지 150억弗 수출 정조준
전력케이블과 변압기, 변환기 등 국내 그리드 산업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민관 원팀’이 결성됐다.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눈앞에 둔 K-원전처럼 ‘팀 코리아’를 구성해 발전과 송·배전, 보조서비스 등 전력산업 전체의 밸류체인 수출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이 산업의 수출 규모를 150억 달러 규모로 늘리고, 1억 달러 이상 수출 기업을 20개사 이상 육성해 가기로 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K-그리드 수출 얼라이언스’를 발족하고 이 산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발표했다. K-그리드 얼라이언스는 전력공기업과 설계·구매·시공 전문기업(EPC), 그리드 기업 등이 참여하는 ‘팀 코리아’ 연합체다. 이 조직에서는 발전·송전·배전·보조서비스를 패키지로 묶어 수출하기 위한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사진)은 “우리 기업들은 발전소 구축뿐만 아니라 그리드 제조·시공·운영에도 세계적인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발전소-그리드 통합 패키지 수출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에너지 수출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2030년까지 그리드 수출 150억 달러, 세계시장 점유율 5% 이상 달성을 목표로 총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연합체에서 전력공기업과 대기업은 기자재 등의 수요자이자 디벨로퍼로서 얼라이언스의 구심점을 맡을 예정이다. EPC 기업들은 국산 기자재를 활용하고, 한국전기연구원과 무역보험공사, 코트라 등은 시험인증과 금융지원, 마케팅 등 수출 지원을 지원한다. 주요 법무법인도 동참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 시 법률 이슈 대응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전 세계 주요국들의 탄소중립 이행과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전력수요 급증으로 향후 노후 전력망 교체와 신규망 구축 수요의 급격한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2020년 2350억 달러였던 세계 그리드 투자액은 2030년에는 3720억 달러, 2050년에는 636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 수출기업들은 그리드 제조와 운영에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의 그리드 산업은 중국과 독일, 미국 등에 이어 세계 8위 수준(수출액 기준)이다. 삼정KPMG에 따르면 초고압 전력선과 154kV 이상 변압기에서는 글로벌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송배전 손실률은 미국 6.3%의 절반 수준인 3.5%을 기록했고, 호당 정전시간도 9.05분으로 미국(49.4분)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 그리드 산업은 그동안 내수 시장에만 집중해 왔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기간산업으로 일반 산업에 비해 수출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산업 대비 수출 지원체계가 미약하고, 반도체 등 전자·전기산업에 가려져 독자 산업으로서의 관심도 부족했다. 수출액 절반 이상이 대기업에 집중돼 중소·중견 기업은 해외 네트워크와 인지도가 취약하다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전력기자재 수출을 위한 ‘팀코리아’ 출범과 함께 정부도 관련 산업 지원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정부는 내년 관련 산업의 무역보험 지원 규모를 3조 3000억원까지 늘리고, 산업기술혁신펀드 내 전력, ESS 등 에너지, 해외진출에 투자하는 약 4800억원 규모의 전문펀드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정부간(G2G) 협력 강화도 추진한다. 주요 선진국들의 저용량·노후화 전력망 교체 수요와 개도국 신도시 건설,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 등에서 기회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글로벌 주요 인증기관들과 신속 인증 등 시험 인증을 강화하고, 중점무역관 설치 등을 통해 핵심 수출시장 판로개척도 밀착 지원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