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태령에 트랙터 20대…시위대 1명 경찰 폭행
전농은 이날 남태령고개 일대 4개 차선 중 3개 차선을 점거하고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를 열었다. 전농의 ‘전봉준 투쟁단’은 원래 트랙터 20대, 1t 트럭 50대를 몰고 광화문으로 행진 시위를 하려 했지만 경찰과 법원은 이를 불허했다. 현장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4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등 팻말을 들고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등 구호를 연호했다. 도로를 점거한 시위 탓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벌어졌다.
전농은 법원이 ‘트럭 20대’만 서울 진입을 허용하자 트럭 1대에 트랙터 2대를 싣고 오는 식으로 시위를 바꿨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이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금지하고, 트럭 행진도 집회 시간을 오후 5시까지로 제한했기 때문이다.현장에서 경찰은 트랙터를 실은 트럭의 서울 진입도 막았고, 전농은 “니들이 뭔데 막느냐”며 격앙했다. 전농의 집회 사회자는 “경찰은 (우리가) 진입을 못하게 하면서 집회를 방해해 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도 “경찰은 반드시 트랙터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길을 열기 바란다“며 “트랙터 70대 이상이 남태령고개 마루에 있다”고 했다. 이어 “바쁜 농사보다 더 바쁜 게 윤석열 파면”이라며 “정치 농사부터 바로 잡혀야 국민이 산다”고 덧붙였다.
서울 진입이 막힌 전농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현수막 등을 단 트랙터 20대가 실린 트럭들을 길가에 세워두고 집회를 이어갔다. 남태령 방면 반대편 차로에도 트랙터 6대를 실은 트럭들이 세워져있었다. 트럭 행렬이 과천대로 3개 차로를 점거하며 교통 혼잡이 커지자 경찰은 1개 차로만 쓰도록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전농 집회 현장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와 유튜버 등 50명이 모여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몸으로 막겠다며 ‘이재명 즉각 구속’ ‘중국 간첩 꺼져’ 등 손팻말을 들고 “탄핵 각하”를 연호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일부 유튜버들은 전농을 향해 “중공 간첩이냐” “민주당 해체하라”고 소리쳤다.
● 尹 선고 앞두고 집회 격화양측의 대치가 고조되자 경찰 기동대는 물리적 충돌을 막는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전농 측 집회 참가자가 경찰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밀쳐 기동대 경찰이 눈 주변에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위대 인파 속으로 도주한 남성의 신원을 특정할 계획이다. 이날 시위는 밤까지 지속됐다.전농은 지난해 12월에도 윤 대통령 체포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30여 대를 이끌고 상경 집회를 벌여 경찰과 대치했다. 당시 전농 지도부와 일부 참가자들은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입건돼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 반대자들과 지지자들의 탄핵 찬반 집회도 격화하고 있다. 20일엔 종로구 헌재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윤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시위 참가자가 던진 계란을 얼굴에 맞았다. 이와 관련해 백 의원은 21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백 의원은 계란 투척 사건 당시 목격했던 상황을 경찰에 진술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이후 경찰은 35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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