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편 옆에 칠면조…북미 유학생들이 즐기는 이색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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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과 땡스기빙을 함께 즐기는 유학생들의 식탁. 전과 칠면조, 매쉬드포테이토가 어울려 이색 명절상이 완성됐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추석과 땡스기빙을 함께 즐기는 유학생들의 식탁. 전과 칠면조, 매쉬드포테이토가 어울려 이색 명절상이 완성됐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추석을 맞은 북미 유학생들이 한국의 전통 음식과 현지의 추수감사절(땡스기빙데이) 음식을 한 상에 올리며 자신들만의 명절을 즐기고 있다. 전과 송편, 칠면조와 매쉬드포테이토가 함께 놓인 ‘해외판 명절상’은 고향의 향수와 새로운 문화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자리다.

땡스기빙데이는 미국과 캐나다의 대표적인 국경일로, 한 해의 수확과 평안을 기원하며 가족이 모여 감사하는 명절이다. 미국은 매년 11월 넷째 목요일, 캐나다는 10월 둘째 주 월요일에 기념한다. 한국의 추석과 시기와 의미가 맞닿아 있어, 해외 유학생들은 두 문화를 함께 챙기며 색다른 ‘이중 명절’을 경험한다.

“추석과 땡스기빙을 한 상에?”

추석을 맞아 직접 전을 부치며 명절 분위기를 내는 유학생의 모습.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추석을 맞아 직접 전을 부치며 명절 분위기를 내는 유학생의 모습.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미국 대학원생 정라리 씨(26)는 땡스기빙데이에 맞춰 우리의 추석 문화도 함께 챙긴다.

그는 “한국인 친구들과 모여 직접 전을 부친다. 버섯전, 동그랑땡, 새우전 같은 익숙한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현지 친구들은 칠면조, 라즈베리 잼, 매쉬드포테이토(으깬 감자) 같은 전형적인 땡스기빙 음식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상에 한국과 미국의 대표 명절 음식이 함께 올라, 추석과 땡스기빙을 동시에 즐기는 특별한 자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유학생들의 추석, 왜 ‘팟럭 파티’로 열리나

캐나다 대학원 한국인 학생회가 추석을 맞아 주최한 팟럭 파티 안내 메시지.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캐나다 대학원 한국인 학생회가 추석을 맞아 주최한 팟럭 파티 안내 메시지.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캐나다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캐나다 유학생 이영주 씨(27)는 “가족이 있는 친구들은 소소하게 추석을 챙기지만,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곧 다가올 땡스기빙에 더 집중한다”고 전했다.

그는 “유학생들이 추석을 챙길 때는 보통 각자 음식을 준비해 함께 나누는 ‘팟럭(Potluck)’ 파티를 연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학생들은 기숙사, 홈스테이나 셰어하우스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기가 쉽지 않다”며 “학생회나 모임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으면 추석을 챙기기가 애매하다”고 털어놨다.

주로 대학교 학생회가 중심이 돼 주최되는 팟럭 파티는 한국인 유학생끼리 모이기도 하고,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문화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명절 음식에 담긴 ‘향수’

정 씨는 “한국이 그리워서 음식을 만들었는데, 다 같이 준비하다 보니 외국에서도 한국 명절 분위기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명절마다 가족이 모여 전을 부치고 명절 음식을 만들던 기억이 선명한데, 유학생 신분으로는 그런 분위기를 누리기 어렵다”며 “그래서 더더욱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음식, 정체성과 공동체를 연결하다

정 씨와 이 씨의 경험처럼, 유학생들에게 음식은 단순히 끼니를 채우는 게 아니다. 전과 송편을 부치고, 현지 친구들이 가져온 칠면조와 매쉬드포테이토를 곁들여 먹는 자리에서 그들은 고향을 떠올리고, 동시에 새로운 사회와도 조금씩 어울려 간다.

학계에서도 이런 현상을 주목한다. 연구자들은 이주자나 유학생이 전통 음식을 지키면서도 현지 음식을 곁들이는 풍경을 ‘음식 적응(food acculturation)’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본다. 즉, 음식이 정체성과 공동체를 잇는 다리가 된다는 것이다.

쿠바 인류학자 페르난도 오르티즈가 말한 ‘문화 간 전환(Transculturation)’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존의 문화와 새로운 문화가 만나 변형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인데, 전과 송편 옆에 칠면조가 놓인 유학생들의 명절상이 바로 그 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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