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하우스캔톤은 싱가포르 패밀리오피스 산업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산운용사다. 여러 초고액 자산가의 자산을 운용하는 멀티 패밀리오피스로 출발해 일반 자산운용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인도계 실피 차우다리 회장(사진)은 2014년 싱가포르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이 회사를 설립했다.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기자와 만난 차우다리 회장은 “운용자산이 2015년 1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40억달러로 늘었다”며 “초고액 자산가 및 다른 패밀리오피스 등과 다져온 신뢰 관계가 빠른 성장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싱가포르에 다양한 국적의 초고액 자산가가 몰리며 금융 시장 규모가 한 단계 발돋움한 것 역시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패밀리오피스 고객과 일반인의 가장 큰 차이를 ‘마음가짐’(mindset)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패밀리오피스 고객은 수익 극대화보다 자산 보존과 리스크 관리에 더 집중한다”며 “수익률보다 개인의 가치관, 가문의 장기적 목표 등에 기반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만큼 개별 고객의 특징에 맞춘 자산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 출신임에도 싱가포르에 회사를 설립한 것에 대해 차우다리 회장은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싱가포르통화청(MAS)의 명확하고 견고한 법적 체계와 성숙한 투자 인프라가 중요한 이유”라며 “도시 인프라 수준과 삶의 질도 높아 뛰어난 금융 전문가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싱가포르만의 강점”이라고 했다.
싱가포르의 패밀리오피스들이 한국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 분야와 바이오 및 K컬처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 고객이 배터리와 인공지능(AI) 등 구체적인 테마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