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비호감된 머스크 서학개미 "손절해?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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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타임지 2024년 2월 28일호 커버를 장식한 일론 머스크의 모습.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결단의 책상' 의자에 앉아 있는 합성 사진이다.  타임

미국 타임지 2024년 2월 28일호 커버를 장식한 일론 머스크의 모습.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결단의 책상' 의자에 앉아 있는 합성 사진이다. 타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치에 전면으로 뛰어들면서 테슬라 주가가 연일 내리막을 걷고 있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탓에 트럼프 당선 이후 주가가 급등했지만, 새해 들어 다양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면서 역풍이 불고 있는 탓이다.

11일(현지시간) 나스닥에서 테슬라 주가는 328.5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1일의 403.84달러에 비하면 새해 들어 주가가 18.66% 내린 것이다.

이는 새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머스크가 정치 전면에 뛰어들며 비호감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테슬라 차량 판매량은 2025년 들어 유럽에서 급감했다. 지난달 발표한 1월 판매량 데이터에 따르면 테슬라의 유럽 판매량은 독일 -60%, 영국 -12%, 프랑스 -63%, 스웨덴 -44%, 노르웨이 -38%, 네덜란드 -42% 등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심지어 미국 내 최대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에서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12% 감소하는 등 주요 시장인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머스크가 미국 연방정부의 자문 기구인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DOGE는 정부 예산 및 지출의 대대적인 개혁을 목표로 하는 임시 조직으로, 머스크는 연방기관의 구조조정과 지출 삭감 등을 주도하고 있다. 머스크는 DOGE 수장으로 임명된 뒤 트럼프의 권력을 등에 업고 미국 안팎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가며 다양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가령 머스크는 최근 미국 의회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이 터무니없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은 2년 내 퇴출당해야 한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또 영국 정치에 개입해 노동당 소속 키어 스타머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국제 정치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머스크가 이끄는 DOGE가 각종 월권을 이어가는 한편,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최근 DOGE 직원들이 재무부 결제 시스템과 인사관리처(OPM)의 연방 공무원 개인정보 등에 접근하면서 월권 논란이 제기됐다. 또 머스크가 경영하는 스페이스X 등 기업이 연방정부와 거액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의 DOGE 활동이 이해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결과 지난달 전기차 커뮤니티 일렉트리파잉닷컴 설문조사에서 영국 전기차 구매 의향자 59%가 "머스크 때문에 테슬라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사진설명

최근 머스크가 오픈AI 인수를 추진하는 점도 테슬라에는 악재다. 머스크는 이미 테슬라뿐만 아니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보링컴퍼니, 엑스(X·옛 트위터) 등 수많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픈AI 인수까지 추진하면 테슬라 경영에 대한 집중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회사 오펜하이머는 "머스크의 오픈 AI 인수 시도는 테슬라의 여러 도전적인 과제로부터 (머스크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오픈AI의 지배지분 가치는 974억달러(약 141조원)에 달하는데, 이러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테슬라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에게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실제로 2022년 머스크는 엑스를 인수하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급락한 사례가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과 친화석연료 정책, 전기차 보조금 축소 가능성이 테슬라의 미래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철강과 알루미늄 모두 테슬라 자동차의 핵심 소재여서 관세가 적용되면 차량 생산비용이 커질 수 있다. 게다가 테슬라는 미국 네바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의 원자재 일부도 중국산 부품(배터리 셀, 희토류 자석 등)을 사용하고 있어 이들 관세가 인상된다면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한때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끌었던 테슬라의 지배력이 중국 업체의 부상에 점차 약화하는 것도 투자자에게 불안감을 안긴다.

BYD는 중국 특유의 가격 경쟁력으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고가 모델에만 제공하던 자율주행 시스템 '신의눈(天神之眼)'을 저가 모델을 포함한 거의 모든 차종에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중국 업체의 약진이 테슬라에 호재가 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특히 중국 업체의 발전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국 자율주행 시장이 커지며 선진국에서 규제 완화·기존 자동차 업체에 대한 라이선스 판매 등으로 테슬라 역시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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