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농담과 4년 만에 재연
초대형 퍼펫과 특수효과 눈길
“지금부터 쇼타임!”
오랜 시간 누구에게도 모습을 보일 수 없어 외로움에 잠겨 있던 악동 유령 비틀쥬스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며 외친다. 그의 등장과 함께 평범한 가정집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비틀쥬스는 본격적인 ‘저세상 퍼레이드’를 시작한다. 본격 쇼뮤지컬을 표방하는 ‘비틀쥬스’의 막이 약 4년 만에 다시 올랐다.
작품은 1988년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비틀쥬스는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키다 결국 저승에서도 쫓겨난 유령이다. 이승으로 추방당했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오로지 이름이 연달아 세 번 불려야만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저주에 걸렸다. 사람을 놀래키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인 비틀쥬스에게는 가혹한 설정이다.
외로움과 지루함에 지친 비틀쥬스는 죽은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 유령과 귀신을 볼 수 있는 소녀 리디아를 꾀어 다시 세상에 개입하려 한다.
공연의 1막은 원작의 이야기를 비교적 충실히 따라간다. 다만 영화에서 주변 인물에 머물렀던 비틀쥬스는 이 작품에서 관객을 팀 버튼의 세계관으로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맡는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처럼 쉴 새 없이 농담을 던지며 실제 공연장인 LG아트센터를 직접 언급하는가 하면, 휴대전화가 울리면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 경고하기도 한다. 정성화가 연기하는 비틀쥬스는 최근 출연작 ‘미세스 다웃파이어’까지 농담의 소재로 삼으며 관객과 호흡한다. 극장 바깥의 현실을 끊임없이 호출하는 농담이 이어지며,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와 관객 사이의 거리도 점차 좁혀진다.
1막의 마무리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1층 만찬 신이다. 마침내 산자로부터 이름을 불리고 모습을 드러낸 비틀쥬스는 리디아의 가족을 집에서 내쫓기 위해 ‘저세상 쇼’를 벌인다. 대극장 무대를 가득 채우는 약 7m 규모의 대형 퍼펫과 기괴하게 왜곡된 집 세트,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특수효과가 어우러지며 장면을 완성한다.
이 장면을 정점으로 막을 내리는 1막과 달리, 2막은 비틀쥬스의 이야기를 보다 차분하게 이어간다. 엄마를 잃은 리디아의 슬픔과 이승에서 누구에게도 인식되지 못한 채 긴 시간을 보낸 비틀쥬스의 외로움이 함께 조명된다. 영화에서 그저 황당한 악동으로 그려졌던 비틀쥬스는 이 과정에서 보다 인간적인 얼굴을 드러낸다.
작품의 중심에는 초연부터 함께해온 정성화가 있다. 능청스럽게 선을 넘나드는 그의 연기는 공연 전반의 코미디를 주도한다. 비틀쥬스 배역이 극의 균형을 좌우하는 핵심인 만큼 존재감도 분명하다. 리디아 역의 홍나현은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Dead Mom’을 통해 리디아의 서사와 감정을 또렷하게 전달한다.
무대 장치 역시 중요한 축을 이룬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콘셉트의 세트와 무대 시스템을 유지한 이번 시즌은 다양한 장치와 특수효과로 작품의 세계를 구현해냈다. 인물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집’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서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원작 영화 ‘비틀쥬스’는 손으로 만든 소품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등 아날로그적 감성과 B급 농담으로 컬트적 인기를 얻었다. 뮤지컬은 이 기묘한 정서를 핸드메이드 세트로 계승하는 동시에 대극장 규모의 장치를 더해 재구성했다.
이번 재연에서는 이전 시즌보다 높은 관람등급을 적용해 농담의 수위도 조정했다. 지극히 미국적인 웃음 코드를 한국 관객에게 옮기기 위한 현지화 작업도 눈에 띈다. ‘킹키부츠’의 롤라를 패러디한 ‘쥐롤라’로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언 이창호가 참여해 말맛을 더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농담과 과잉에 가까운 특수효과도 이 작품 안에서만큼은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비틀쥬스이기에 가능한 과잉이다. 저세상 퍼레이드 ‘비틀쥬스’는 서울 마곡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3월 22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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