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하상렬 서대웅 기자]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 반 동안 공공기관 재무건전성을 강조해왔지만, 부채 증가를 막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관에 복리후생 제도 축소를 포함,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요구했으나 이 같은 정책이 큰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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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집계에 따르면 3개 은행(산업·수출입·기업)을 뺀 328개 공공기관의 부채규모는 작년 말 기준 741조 5000억원으로 1년 전 709조 6000억원에서 4.5% 증가했다. 이는 지난 4월 말 기준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 1200조원의 62% 수준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83.0%에서 180.6%로 소폭 감소했으나 이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 공기업 중심의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에 따른 자본 증가 영향이 컸다.
주요 공공기관은 지난해도 정부 정책 수행을 위한 채권 발행량을 늘려왔다. 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 지원 확대 속 부채가 1년 새 8조 7000억원 늘었다. 토지주택공사도 신도시 개발을 위해 7조 3000억원의 빚을 더 냈다. 한국도로공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채도 각각 3조 2000억원, 3조원 늘었다.
공공기관의 부채는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석탄·가스 등 발전 연료 수입비용이 급등한 2022년 이후 좀처럼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면서다. 한국전력(015760)공사는 지난해 8조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4년 만에 흑자 전환했으나 누적 적자로 불어난 이자비용 여파에 부채는 전년 202조원에서 지난해 205조원으로 더 늘었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100점 만점 중 10점 배점인 ‘재무관리’ 항목의 배점을 21점까지 끌어올리며 재무 관리를 강조해왔다. 당시 정부는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기관에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무 관리 강화가 정작 재무실적은 크게 개선하지 못하면서 채용 축소와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공공기관에 재무 성과에 집중하며 채용과 같은 사회적 역할에 소홀했다는 얘기다.
한편에서는 공공기관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와 가스, 수도, 철도 등 공공요금을 동결하며 공공기관에는 급여 반납과 복리후생 축소와 같은 재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부문 관리를 요구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부분 공공기관은 규정에 따라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데 일률적으로 재무 성과지표 잣대를 가져다 댄 것은 비효율적이고 철학도 없는 행정”이라며 “재무 성과가 필요한 한전이나 한국가스공사(036460) 등 공기업도 그 결과는 각 기관뿐 아니라 정부가 함께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