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애도에는 완벽한 방법이 없다’는 주제 의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치유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더라도 현실 속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으면 했어요.”
한국계 미국 작가 윤지현(35)은 16일 서울 마포구 휴머니스트 사옥에서 열린 장편소설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국내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치유의 과정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끼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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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현 작가가 16일 서울 마포구 휴머니스트 사옥에서 열린 장편소설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제 막 시집과 첫 소설을 펴낸 신인 작가지만, 작품을 향한 반응은 뜨겁다. 출간 즉시 전미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전 세계 11개국에 선판매됐다. 아마존 에디터 선정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불러틴 블루 리본 도서상도 받으며 단숨에 주목받았다.
윤 작가는 “한국 문학은 감정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는 데 강점이 있다”며 “미국 소설은 감정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정서가 미국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는 ‘장화 홍련’ 설화를 현대적 스릴러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죽은 언니를 살리기 위해 동생 수진은 집안 여성들에게만 전해지는 ‘뼈마법’을 사용하지만, 되살아난 미래는 점차 괴물 같은 존재로 변해간다. 자매의 비극을 통해 여성에게 강요된 희생과 대물림되는 상처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2002년 개봉한 영화 ‘장화, 홍련’을 본 경험이 소설의 출발점이 됐다. 그는 “나를 키워준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를 무척 재밌게 들려주시곤 했다”며 “귀신 이야기와 민담이 많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립됐던 시기에 쓰이기 시작했다. 윤 작가는 공동체 안에 있으면서도 서로 단절된 채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슬픔과,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을 헤쳐 나가는 일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며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처음에는 호러가 아닌 가족 이야기였다”며 “가족 중 한 분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일을 겪으며 그 감정을 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했던 사람이 점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 느끼는 내면의 공포를 표현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호러적 요소가 더해졌다”고 부연했다.
윤 작가는 앞서 첫 시집 ‘늘 허기진 이들’로 미국 문단의 신인 등용문으로 꼽히는 프레리 스쿠너 도서상을 받았다. 그는 “아시아계 여성의 서사를 통해 여성혐오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이번 소설에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일부 녹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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