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의 현지화…'美제철소 꿈' 한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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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철소 건립’은 국내 1위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워낙 큰돈이 드는 데다 현지 고객사 확보, 판매망 구축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탓에 항상 ‘검토’ 단계에서 접었다. 10여 년 전 검토한 앨라배마 열연·냉연 공장 설립 프로젝트는 높은 인건비 등에 발목이 잡혔고, 얼마 전까지 들여다본 미국 철강사 지분 투자 및 합작법인(JV) 설립은 낮은 실현 가능성이 문제였다.

장인화의 현지화…'美제철소 꿈' 한발 앞으로

포스코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루이지애나 프로젝트 참여가 해묵은 숙제를 풀어줄 카드라고 보고, 적극적으로 협상장에 들어갔다. 최종 지휘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했다. “미국, 인도 같은 고수익 시장에선 소재부터 제품까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지론(완결형 현지화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어서다.

미국은 세계에서 철강재 가격이 가장 높게 형성되는 시장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8년 시행한 수입 철강재 관세 부과 및 쿼터제 때문이다. 철강재 수입량이 제한된 데다 가격도 높다 보니 열연·냉연강판이나 후판 같은 판재류 가격은 세계 평균보다 20% 이상 비싸다. 지난달 트럼프 2기 정부가 쿼터제를 폐기하는 대신 모든 수입 철강재에 25% 관세를 물리면서 미국 내 철강재 판매가는 또다시 큰 폭으로 뛰었다. 현지 생산의 이점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진 셈이다.

루이지애나 프로젝트에 투입할 실탄은 넉넉한 편이다. 다 합치면 8조원에 이른다. 현재 포스코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6조7679억원이다. 여기에 지난해 3월 장 회장 취임 후 파푸아뉴기니 중유발전법인, 서울 행당동 상업용 건물 등 45건의 저수익 사업 및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6625억원을 확보했다. 포스코그룹은 연내 스테인리스를 제조하는 중국 장쑤성 장자강포항불수강 제철소 등을 매각해 1조5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 돈은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뿐 아니라 인도 제철소 건립에도 투입된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0월 인도 1위 철강사 JSW그룹과 손잡고 연산 500만t 규모 제철소를 오디샤주에 짓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23년 1억2000만t이던 인도 철강 수요가 2030년 1억9000만t에 이를 것이란 전망(철강산업 분석기관 WSD 추정)에 근거한 결정이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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