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여성 리더 -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
“장애인도 다양한 직무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장애인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합니다.”
일자리는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와 연결되는 가장 본질적인 통로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취업은 여전히 좁고 가파른 ‘벽’이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장애인 고용은 의무지만, 어떤 이를 어떤 방식으로 고용해야 할지는 수행하기 어려운 ‘난제’일 수밖에 없다.
현재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에서 100인 이상 민간기업은 총근로자 수의 3.1%(공공기관은 3.8%)를 장애인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이 비율이 4%대로 상승한다. 기업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몇십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물면서도 장애인 채용 및 관리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브이드림은 이 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2018년 설립한 브이드림은 74만 명의 장애인 인재풀을 관리하는 국내 최대 장애인 HR 플랫폼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직무 매칭 시스템 ‘플립’을 통해 재택근무 중심의 450여 개 직무, 커뮤니티 연계 서비스 등을 갖춘 독보적 고용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차병원, 야놀자, 신한라이프, 공공기관 등 200여 고객사와 협업 중이다.
김민지 대표는 〈한경ESG〉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장애인을 위한 통합 플랫폼’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김민지 대표에게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장애인 일자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 앞으로 새로운 기업 모델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물었다.
브이드림은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나.
“가족과 친구 중 장애인이 있어 관심이 많았다. 장애인들은 역량을 갖췄음에도 단지 시스템과 기회 부재로 사회와 단절되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이동이나 의사소통 제약으로 아예 고용의 장에 들어서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나보다 컴퓨터를 더 잘 다루는 분도 있는데 말이다. 창업하기 전 IT 회사에 근무하면서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알게 된 것도 계기가 됐다. 7년 전 창업을 결심하면서 장애인의 다양한(various) 꿈을 성공의(victory) 꿈으로 바꾸겠다는 뜻에서 브이드림이라고 이름 지었다.”
장애인 채용을 위한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핵심은 자체 개발한 AI 기반 직무 매칭 시스템 ‘플립’이다. 플립은 장애 종류와 근속 이력 등 다양한 고용과 관련한 데이터를 통합한 플랫폼이다. 전국의 특수학교, 복지관, 협회 등을 직접 다니며 구축한 장애인 74만 건의 인재풀(장애인 각각의 희망 직무 조건, 채용 이력 등)을 기반으로 장애인 고용에 관심이 있는 기업에 장애 유형에 맞는 직무를 자동 추천한다. 현재 웹디자인, 데이터 라벨링, SNS 마케팅, 시장조사 및 키워드 정리 등 450여 개 이상 직무를 제공하며, 대부분은 재택근무 기반이다. 기업은 브이드림의 HR 관리 시스템을 월 구독 형태로 사용하고, 장애인과는 직고용을 통해 연결된다.”
장애인 채용 시 인사 담당자들이 어려워하는 점은 무엇인가.
“인사 담당자들은 처음에 어떤 장애인에게 어떤 일을 시켜야 할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한다. 보통 직무는 텔레마케팅 정도의 단순 업무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브이드림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브이드림은 우선 기업 직군을 분석해 기업에 맞는 장애 유형 직무를 추천하며, 3배수의 이력서를 보내고 화상 면접을 실시한다. 브이드림 고객인사이트팀에서는 장애인들에게 근로계약서 체결 방법이나 비즈니스 매너 등 직무교육(OJT)을 진행한다. 또 출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애인들이 요청하는 어려운 부분을 바로 도움으로써 근속률을 높이고 있다. 경증장애인보다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중증장애인 풀을 더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
최근 브이드림의 빠른 성장 배경은 무엇인가.
“고객사의 만족도가 핵심 요인이다. 과거에는 몇 명 단위 채용이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한 그룹 계열사와 계약을 맺은 후 계열사 전체로 확장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차병원, 야놀자, 신한라이프, 현대산업개발 등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자발적으로 추천하고 연계하면서 빠르게 고객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이 브이드림과 함께 새로운 직무 부여 방법을 고민 중이다.”
기업 고객들은 어떤 점에서 특히 만족감을 느끼고 있나.
“앞서 말했듯이 무엇보다 시스템 덕분에 채용, 관리, 성과 평가, 문서 발급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되어 장애인 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력서 추천부터 화상 면접, 근태 관리, 전자결재 관리까지 고용 전 과정을 함께 진행한다. 그 결과 장애인 채용의 정규직 전환율이 30%에 이른다. 고객사가 한 번 도입하면 이탈률이 거의 없는 이유다. 바로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한 장애인도 대체 근무를 즉시 추천해 고용이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원래는 장애인 고용 의무를 지는 100인 이상 기업이 주 고객사였는데, 최근에는 의무 적용을 받지 않는 50인 이상에서도 문의가 늘고 있다. 앞으로는 장애인 프리랜서 시장도 확대해나갈 것이다.”
장애인 근로자의 삶에도 큰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자존감이 회복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분이 많아졌다. 직무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복지 지원금 수급을 거부하고 월급을 받는 경우도 늘었다. 기업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더 좋은 처우를 받고 이직하는 장애인들도 있다. 장애인 중 금융업에서 보너스를 200%나 받은 사례도 있다. 플립을 통해 고용된 장애인 직원은 나를 ‘엄마’라 부르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한다. 이 플랫폼이 단순한 채용 수단을 넘어 자기 삶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느낀다. 장애인들이 팬덤이 되어 플랫폼을 지지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이 외에도 다양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만든 업무 시간 외 커뮤니티가 매우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며 업무 후 여가나 레저, 장애인 간 소통과 소개팅까지 관심이 넓어지고 있다. 이 같은 장애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HR 외 영역도 업무를 확장 중이다. 앞으로 야놀자나 카카오처럼 장애인 맞춤형 레저, 맞춤형 소통 등 이 분야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장애인 예술인들이 만든 굿즈 쇼핑몰도 오픈하는 등 다양한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장애인의 일상 전반을 설계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자 한다.”
앞으로 관심 있는 사업 영역이 또 있나.
“업이 장애인에게 특화된 만큼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의료기기나 재활 프로그램 등에 관심이 있다. 브이드림은 중소기업벤처부의 민관 공동 창업자 발굴 프로그램인 팁스(TIPS) 선정 이후 포스트팁스, 스케일업팁스에 지속적으로 선정된 바 있다. 포스트팁스에서는 특수학교의 응급 상황을 대비해 스마트밴드를 지급해 위치를 알려주는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스케일업팁스에서는 부산대학교 재활병원과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R&D를 하고 있다. 자폐장애인의 언어 치료도 돕고자 한다. 이처럼 재활이나 의약(바이오) 산업과의 협업도 열어두고 있다. 장애인 연구 실증의 경우 많은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곧 상장을 앞두고 있다.
“2027~2028년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상장은 단순한 종착점이 아니라 두 번째 스테이지의 시작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앞서 말한 재활 사업, 보조공학기기 개발, 글로벌 진출, 브이드림 고유의 특수학교 설립 등을 위해 필요한 단계라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100년, 200년 지속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브이드림이 전 세계 많은 장애인을 위한 대표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
글로벌 진출지로 주로 어떤 곳을 타진하고 있나.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왔는데, 전동 휠체어를 보고 매 좋아하는 모습을 보았다. 대한정형회과 의사회와 협업해 그곳 장애인 재활을 함께 연구하고자 한다. 또 일본도 주요 시장으로 타진하고 있다. 다음 달 일본에 가는데, 현재 일본 진출을 위해 카에로라는 치매 장애인 스타트업이 시장조사를 해주고 있다. 일본은 장애인의무고용률이 2.9% 수준이지만, 장애인 직무는 텔레워크 서비스에 한정된다. 이를 다양한 직무로 넓히고 싶다.”
새 정부에 바라는 장애인 정책이 있다면.
“AI 기술은 장애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가 AI 기술에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장애인과 관련한 AI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장애인의 배리어프리를 돕는 AI 기술에 대한 R&D 지원이 필요하다. 보조공학기기, 재활, 생활 서비스 분야에 대한 R&D 및 정책 지원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 또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현장 중심의 정책과 지원 체계를 만들었으면 한다. 민간은 빠르게 실행할 수 있고, 공공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누리는 삶의 10분의 1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브이드림은 이 격차를 줄이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다. 누구나 후천적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이들도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 브이드림은 장애인 채용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장애인이 사회의 중심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 그것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