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굿모닝 홍콩’ 최원종 연출가
“자유-낭만의 의미가 무엇인지, 내달 3일 정동서 새겨보세요”
장사모 회원과 시위대, 경찰까지 등장인물만 20명에 이르는 연극 ‘굿모닝 홍콩’은 극단 명작옥수수밭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배역이 많다 보니 배우들은 1인 다역을 하고, 스태프들까지 극단 전원이 출연해야 한다. 여러모로 난도가 높은 작품이지만 지난해 국립정동극장의 ‘창작ing’ 지원 사업 선정작에 뽑히며 올해도 다음 달 3일부터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공연된다. 어렵사리 무대를 이어 가는 최원종 연출가는 20일 ‘굿모닝 홍콩’을 “잃어버린 낭만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1980∼1990년대 홍콩 영화는 한국인에겐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존재였어요. 정치 문화적으로 억압된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유로운 홍콩 영화를 보며 해방감을 느꼈죠. 하지만 이제 한국은 민주화를 이루고 자유를 쟁취했는데, 정작 홍콩에선 우리가 알던 자유가 없어져 버린 거죠.”
연극에서 장사모 회원들이 홍콩을 방문한 시기는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며 범죄인의 중국 본토 강제 이송 법안인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대한 반대 시위가 거세던 2019년이다. 딱히 접점이 없던 회원들과 시위대가 이어진 매개체는 ‘나이키 운동화’다. 회원 ‘기찬’은 홍콩에서 한정판 나이키 에어조던을 샀다가 한 짝을 잃어버린다. 이 신발을 피투성이가 된 시위대로부터 돌려받으며 회원들은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저 역시 한동안 자유라는 건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공고하고 튼튼해서 늘 옆에 있을 거라고요. 하지만 극 중 인물들은 ‘피 묻은 나이키’를 보며 자유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거죠.”
사실 ‘굿모닝 홍콩’은 기본적으로는 웃으며 보는 코미디극이다. ‘영웅본색2’의 총 100발 맞아도 죽지 않는 액션 등 홍콩 영화 특유의 과장된 설정이 향수를 자극한다. 하지만 깔깔 웃으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무거운 정치사회적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후반부에선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있었다.
“이시원 작가가 각본을 쓴 계기가 2019년 시위였어요. 홍콩 시위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장면을 뉴스에서 본 뒤, 이 이야기를 극으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장치로 ‘홍콩 영화’를 덧입혔죠.”그 결과가 장궈룽과 나이키, 시위대란 독특한 조합이 빚어낸 ‘굿모닝 홍콩’으로 탄생했다. 최 연출은 “경제적 여건상 지난해가 마지막 공연일 줄 알았는데, 정동에서 ‘내년에도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열심히 했다”며 “2025년 버전은 여러 개선 과정을 거친 만큼 더 새롭고 짜임새 있는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4월 6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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