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맞은 뮤지컬 ‘명성황후 ’주연 맡은 김소현 손준호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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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0주년을 맞은 국내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명성황후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김소현(오른쪽)과 고종 역을 맡은 손준호. 에이콤 제공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국내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명성황후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김소현(오른쪽)과 고종 역을 맡은 손준호. 에이콤 제공
“손준호 씨가 연기할 때 흔들림 없는 고목나무 같은 점이 부러워요.” (뮤지컬 배우 김소현)

“자신의 직업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김소현 씨를 꼽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 손준호)

올 1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한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각각 명성황후와 고종 역을 맡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건넨 덕담이다. 8살 연상 연하 커플인 두 사람은 2011년 결혼한 뮤지컬계의 잉꼬부부로 통한다. 2018년과 2021년, 올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무대에서 실제 부부의 찰떡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두 사람을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국내 창작 뮤지컬의 전설

올해 30주년을 맞은 명성황후는 국내 창작 뮤지컬의 전설로 통한다.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였던 1995년 초연된 후 22번째 시즌을 맞았고, 한국 대형 창작 뮤지컬 중에선 처음으로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미국 뉴욕과 LA, 영국 런던 등 해외 주요 도시에서도 공연됐다.

두 주인공은 “실제 부부끼리 연기하니 장점이 더 많다”고 입을 모았다. 김소현은 “2015년 20주년 공연에 제가 먼저 캐스팅된 뒤 2018년 손준호 씨와 동반 출연을 제의받았을 때 처음엔 부담이 될까 봐 거절했다”라면서도 “함께 연기할 때 서로서로 잘 알기 때문에 실수가 있을 때 커버를 해주는 등 안정감을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손준호는 “듀엣을 부를 때 소현 씨가 저음으로 음을 끌면 제가 끊어주는 것처럼 상대를 (섬세하게)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회차를 반복하다 보니 처음 연기할 때보다 캐릭터 해석의 깊이도 깊어졌다. 김소현은 “20주년 공연 때는 제가 ‘황후’보다는 ‘공주’ 같은 이미지라는 이유로 ‘미스캐스팅’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라며 “처음엔 내가 어떻게 더 강하고 카리스마 있게 연기할지 고민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명성황후의 섬세한 감정을 느끼는 ‘숲’을 보게 됐다고 한다. “10년의 세월과 함께 저도 명성황후와 함께 ‘농익었다’고 할까요. 특히 제 아들이 고종의 세자 시절 나이 또래다 보니 명성황후와도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손준호도 “첫 시즌엔 혼자 고종이란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보려고 연구했다”라며 “그런데 ‘강인한 고종’을 연기했을 땐 ‘유약해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반대로 ‘유약한 고종’을 표현할 때는 ‘강인해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웃었다. 이번 시즌에는 자연스레 뮤지컬에 녹아들자는 결심을 했다고. 그는 “명성황후와 고종의 부부로서의 실제 생활, 조선 시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등 종합적인 것들을 바라보게 됐다”고 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우리 역사’

명성황후의 ‘롱런’ 비결로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역사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을 꼽았다. 엔딩곡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일본 낭인들에게 시해된 명성황후가 혼백으로 나타나 백성들을 위로하는 노래다. “망국의 수치 목숨 걸고 맞서야 하리.”

김소현은 “우리나라 역사를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흘리게 되는 눈물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이 있기에 30년간 사랑받은 것 같다”고 했다. 손준호는 “30년 동안 들어도 구식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잘 만들어진 음악도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기성세대에 비해 역사를 ‘먼 옛날의 이야기’로 느끼기 쉬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공연일까. 두 사람에 따르면 할머니 손에 끌려왔던 손녀가 이제는 자신의 손녀를 데리고 명성황후를 보러 오는 ‘세대교체’도 이뤄지고 있다고. “역사에 관심 없는 분들이 오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아픈 역사를 모르면 그걸 반복하게 된다고 하는데,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보러 와주시면 좋겠어요. 이 공연을 계기로 우리나라 역사의 뿌리에 관심을 갖게 되는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더 있다면 작품의 의미가 커지지 않을까요.” (김소현)

10년 동안 네 시즌에 걸쳐 명성황후로 살아온 김소현에게는 올해 공연은 더욱 특별하다. 16일 200회 공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배우가 단일 공연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은 숫자다. 김소현은 “뮤지컬 배우는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제작사로부터) 선택받는 입장이다. 10년 동안 ‘이번에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는 게 감사하다”며 “매 공연, 매 시즌을 마지막인 것처럼 열심히 해나가겠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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