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충돌 논란 잇따라…“고양이에 생선 맡기는 꼴”
동아일보가 8일 국회에 제출된 후보자 16명의 인사청문요청안과 야당 의원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7명이 이해충돌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 조현, 통일부 정동영, 법무부 정성호,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보건복지부 정은경, 여성가족부 강선우, 중소벤처기업부 한성숙 장관 후보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은경 후보자는 본인이 질병관리청장으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지휘하던 시점에 배우자가 코로나19 관련주에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전력 등 산업부와 밀접한 기업 주식을 보유 중인 사실이 드러나며 이해충돌 논란이 빚어졌다. 한 후보자는 네이버 주식 23억 원어치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자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현역 의원 신분으로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후보자도 적지 않았다. 정동영 후보자는 가족이 태양광 관련 사업을 운영하던 기간에 본인이 태양광 사업 지원 법안을 발의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강 후보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하던 시기 배우자가 바이오신약 업체에 감사로 재직하며 스톡옵션을 받고도 이를 재산신고에 누락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후보자 4명 중 1명꼴로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는 점도 눈에 띈다. 현행 농지법상 농사를 실제 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매입해 보유하는 건 불법이다. 정은경 후보자는 인천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배우자가 강원 평창군에 농지를 매입해 보유 중이고, 한 후보자 역시 모친이 소유한 농지에 무허가 건축물이 지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배우자가 전남 무안군의 농지를 사들인 전력이 있다. 그런데 그가 국무조정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1년 국회에 출석해 “(농지를 매입한 사람이) 농사를 진짜 짓는지 수시로 점검할 것”이라고 답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 野 재산 평균 41.9억…한성숙 최다 188억국민의힘은 이날 △세금 탈루 의혹 △부동산 투기 이력 △병역기피 및 편법 △특혜 갑질 전력 △입시 취업비리 연루 △논문표절 등 학문적 부정 △전관예우 및 이해충돌 가능성 등 ‘인사기준 7대 항목’을 발표했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7가지 항목 중 단 하나라도 국민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후보자는 공직 자격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야권에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버티기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하고 있다. 후보자들이 의혹 제기에 대해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며 답변을 미루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공직 후보자 국민검증단’ 현판식에서 “(후보자들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해명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인사청문회에서 얘기하겠다면서 뭉개고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나온다”며 “민주당은 후보자를 무조건 옹호하는 ‘침대 청문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장관 후보자 16명이 신고한 재산 평균은 41억9232만 원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사장 출신으로 재산이 가장 많은 한 후보자(188억1262만 원)를 제외할 경우 평균 재산액은 32억1763만 원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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