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실무진 함께 와라" 모두발언 대신 난상토론…김밥 먹으며 3시간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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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회의할 때는 담당 차관이나 실·국장, 과장도 가능하면 대동해도 괜찮습니다. 가능하면 그렇게 해주세요.”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며 장관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장관이 부처에서 다루는 모든 사안을 속속들이 알기 어려우니 실무자와 함께 정책을 논의하자는 취지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는 통상 장관급 혹은 차관급이 참석한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취임하면서 대통령 주재 회의의 형식이 바뀌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성향이 반영된 회의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 저녁에 연 비상경제점검 TF에도 차관보 및 국장급 공무원을 일부 참석시켰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당시 차관만 참석하는 것으로 준비했는데, 갑자기 대통령실에서 차관보 혹은 국장급을 추가로 참석시켜 달라고 요청이 왔다”고 말했다.

회의 방식도 바뀌고 있다. 기존처럼 대통령이 준비된 원고를 읽고 비공개로 전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참석자와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식이다. 이날 2차 TF 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1차관)에게 물가 관련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난상토론은 이 대통령이 평소 선호하는 회의 방식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5일 첫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집값 문제에 관해 자유롭게 토론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정권 때만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묻자 박 장관은 유동성과 민주당 집권 시 시장의 기대 심리에 관해 답하며 정책 실효성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무회의는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겼고, 참석자들은 김밥을 먹으면서 회의를 이어갔다.

한 국무회의 참석자는 “장관들이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인물들이어서 국무회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질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며 “예상 밖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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