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서울 잠실야구장의 두 전설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마운드에 올라 뜨거웠던 현역 시절을 돌아봤다.
LG 트윈스 영원한 '캡틴' 박용택(47)과 두산 베어스의 '천재 유격수' 출신 김재호(41)는 10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 퓨처스 올스타전'에 시구자로 나란히 나섰다. 이들은 현역 시절 잠실을 홈으로 쓰며 20년 가까이 한 팀에서만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들이다. 후배 박해민(LG 트윈스)과 정수빈(두산 베어스)을 각각 시포자로 두고 힘차게 공을 던진 이들은 시구 직후 취재진과 만나 감회에 젖었다.
잠실구장은 오는 2032년 완공 예정인 3만 석 규모의 신축 돔구장 건설을 위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철거될 예정인 상황. 이날 마운드에 서기 전까진 덤덤했다던 박용택은 "실제 마운드에 올라가니 '진짜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즌이 끝나갈 때면 마음이 더 이상해질 것 같다"고 털어놨다. 무려 21년 동안 잠실을 누빈 김재호 역시 "과거 동대문구장이 없어졌을 때도 허물어지고 나서야 허전함이 크게 와닿았다. 잠실구장도 실제로 정말 허물어지면 마음이 많이 쓰릴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두 전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뜨거웠던 '잠실 라이벌전'의 추억으로 이어졌다. 박용택은 "두산과 경기를 하면 팬들의 관심은 물론이고 프런트나 모기업 윗분들의 관심까지 높아져 늘 색다른 긴장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재호 또한 "보이지 않는 라이벌 구도가 있었다. LG전은 끝날 때까지 절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경기들이 많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이날 인터뷰에서는 과거 잠실벌을 뜨겁게 달궜던 '매운맛'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쏟아져 나와 눈길을 끌었다. 박용택은 자신이 주장 시절 겪었던 2018시즌 '두산전 15연패'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고, 야구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되는 '2007년 안경현과 봉중근의 난투극(백드롭 사건)'을 깜짝 소환했다. 김재호는 당시 백드롭 사건에 대해 "아마 저는 군대에 있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재호는 LG와 치열한 라이벌전 도중 2016시즌을 언급했다. 그는 "그때 정말 팀에 필요했던 전력이자 불펜 투수 정재훈 형이 (박)용택이형이 친 공에 부상을 입었던 것이 기억난다"고 회고했다. 결국 정재훈(현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은 2016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했다. 치열했던 혈투와 부상의 기억조차 이제는 웃으며 나눌 수 있는 추억이 되었지만, 이들이 치열하게 부딪혔던 거대한 전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두 전설은 다가올 새 잠실구장에 대한 당부와 기대도 잊지 않았다. 박용택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원정팀은 잠실 구장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을 정도로 양 팀 시설이 열악했다"라며 "새 구장은 선수들이 부족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넉넉한 시설을 갖췄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재호는 "이제는 우리가 해외로 돔구장 견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한국으로 견학을 올 수 있을 만큼 멋진 명품 돔구장이 지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는 친정팀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박용택은 올해 LG의 '우승'을, 김재호는 두산의 '가을야구 진출'을 기원하며 변함없는 친정 사랑을 드러내며 야구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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