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게 죄니" 기개 넘치는 랩에 터진 함성…모방불가 '제니 스웨그' [리뷰]

7 hours ago 2

제니, 인스파이어 아레나서 단독 공연
美 이어 韓 관객들과도 뜨거운 소통
정규 1집 '루비' 전곡 무대 공개
'라이크 제니' 폭발적 랩·퍼포먼스에 '환호'

가수 제니 /사진=OA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제니 /사진=OA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제니(JENNIE)가 블랙핑크를 넘어 솔로로도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15곡을 빼곡히 담아낸 정규앨범으로 뛰어난 음악성을 자랑한 데 이어 전곡 무대를 공개하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월드 스타임을 증명해 냈다.

제니는 15일 오후 인천 중구 운서동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더 루비 익스피리언스(The Ruby Experience)' 쇼를 개최했다. 지난 6~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 10일 뉴욕의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공연한 데 이어 '더 루비 익스피리언스'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 무대다.

1만명가량 수용 가능한 공연장은 블랙핑크의 응원봉을 들고 온 팬들로 북적였다. '스타들의 스타'인 제니의 공연을 보기 위해 여러 동료 연예인들도 현장을 찾았다. 그룹 뉴진스 멤버 전원과 위너 이승훈, 지코, 피오, 배우 김지원 등이 객석으로 들어오며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여러 셀럽들 속에 내 DNA'라는 '라이크 제니(like JENNIE)'의 가사가 떠오르는 라인업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들에게 안전 안내를 하면서 공연은 약 10분 지연 시작했다.

'더 루비 익스피리언스'는 제니의 첫 솔로 정규앨범 '루비' 발매를 기념해 준비한 쇼다. 제니는 '루비'를 통해 폭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하며 솔로 아티스트로의 무한한 역량을 드러낸 데 이어 이번 쇼를 통해 앨범에 수록된 총 15곡의 무대를 전부 선보였다.

지난 7일 발매된 '루비'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As you like it' 중 '온 세상은 무대일 뿐이고, 모든 사람은 단지 연극을 할 뿐이다(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라는 구절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됐다. 해당 문구가 각 분야와 장르에 맞는 음악적 캐릭터를 연기하는 제니의 다양성을 통찰하는 한 줄이라는 것. 앨범명은 제니의 이름 Jennie Ruby Jane Kim의 미들네임에서 따왔다.

앨범 콘셉트를 연극에서 가져온 만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각 막을 여는 의미의 붉은 커튼을 상징으로 썼는데, 이날 공연장에도 붉은 조명이 깔려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무대 위 설치된 거울을 바라본 채로 객석을 등진 제니가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가수 제니 /사진=OA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제니 /사진=OA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제니 /사진=OA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제니 /사진=OA엔터테인먼트 제공

제니는 '인트로 : 제인 위드 FKJ(Intro : JANE with FKJ)'를 시작으로 '스타트 어 워(Start a war)', 두아 리파와의 협업곡 '핸들바(Handlebars)', '만트라(Mantra)'까지 쉬지 않고 내달렸다. 강렬한 포스를 뿜으며 시작부터 분위기를 압도한 그는 여유롭게 무대 좌우를 누비며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핸들바'를 부를 땐 스테이지에 누운 채로 안정적인 가창력을 선보였고, '만트라' 무대에서는 옷을 바꿔입고 나와 힘 있게 안무를 소화하는 댄서들과 합을 맞췄다.

제니는 VCR이 나오는 잠깐의 틈에도 쉼 없이 환복했다. 곡의 특징을 부각한 최상의 완성도를 구현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의상 논란에도 전혀 굴하지 않는다는 듯 미국 공연에서 화제가 됐던 패션도 동일하게 선보였다. 속옷을 끌어 올린 듯한 과감한 룩의 하의로 제니는 '러브 행오버(Love Hangover)', '젠(ZEN)', '댐 라이트(Damn Right)' 퍼포먼스를 몰입감 있게 펼쳐냈다.

퍼포먼스에서 여유가 흘러넘친다면, 목소리에서는 강인함이 느껴졌다. 쩌렁쩌렁한 제니의 보컬은 공연장의 규모를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정확하게 귀에 꽂혔다.

'루비'의 타이틀곡 '라이크 제니'가 나올 때 공연은 절정에 달했다. 헤이터들은 나처럼 될 수 없으니 날 싫어할 수밖에 없다면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을 노래한 이 곡의 자신감을 무대 위에서도 그대로 보여준 제니였다. 쭉쭉 시원하게 뻗는 동작, 강하고 날카롭게 내뱉는 랩까지 'K팝 걸그룹'이라는 말로 제니를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제니'라는 자신의 이름을 수없이 반복하는 기개 자체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그녀만의 스웨그였다. "잘난 게 죄니"라는 가사에 팬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어 '위드 더 아이이(with the IE)'에 '엑스트라엘(ExtraL)'까지 강력한 퍼포먼스의 향연이 펼쳐졌다. 힙합 바이브에 몸을 싣고 거친 랩을 던지는 제니의 모습에 절로 몸이 들썩였다. 당당한 애티튜드는 이러한 무대의 매력을 더 빛나게 하는 무기였다.

가수 제니 /사진=OA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제니 /사진=OA엔터테인먼트 제공

제니가 멘트하기 위해 입을 연 건 무려 11곡의 무대가 끝난 뒤였다. 제니는 "숨이 좀 차 보이지 않냐. 마지막 3개의 댄스곡이 저를 너무 신나게 해버렸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솔로 콘서트는 처음이라 조금 버벅대도 이해해 달라. 저의 첫 단독 콘서트에 와주신 여러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는 "아직도 너무 꿈만 같고,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이 자리에서 실제로 여러분과 얼굴 보고 인사하니 좀 (느낌이) 온다"면서 "이번 앨범과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많은 배움이 있었다. 화려하고 모든 걸 멋있게 해내는 그런 모습 말고, 조금 바보 같기도 하고 버벅대는, 솔직한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앨범이라 모든 게 다 낯설고 처음 시작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특히 제니는 "괜찮으시다면 저를 위해 다 같이 소리 한 번 질러봐 줄 수 있냐"고 묻고는 쏟아지는 함성을 두 팔을 벌려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는 이내 눈물을 보였다. 제니는 "정말 울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라면서 "사실 앨범을 내고 큰 사랑을 받았을 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오늘 이렇게 제 눈으로 보니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팬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마음을 추스른 제니는 곧바로 'F.T.S'와 '필터(Filter)'로 프로페셔널하게 공연을 이어갔다. 앙코르로는 '스타라이트(Starlight)', '트윈(twin)'을 선보이며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는 보컬을 선사했다.

제니는 "앞으로도 좋은 음악하는 좋은 사람 제니가 되겠다. 계속 지켜봐 달라. 앞으로 자주 보자"면서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다시 한 번 저의 첫 솔로 콘서트에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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