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약 3억년 전 지구에 등장한 이래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개체로 살아남은 동물군으로 꼽힌다. 전 세계 포유류가 6500여 종인 데 반해 곤충은 현재까지 보고된 것만 100만종에 달한다. 이처럼 긴 역사에서 이들이 저마다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스스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완벽한 신체 구조로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신간 '작은 정복자들'은 이처럼 곤충들이 보여주는 생존 전략과 삶의 지혜에 초점을 맞춰 많은 영감을 준다. 또한 찰스 다윈, 마거릿 파운틴과 같이 한평생 작은 곤충을 관찰해왔던 과학자들의 삶을 소개한다.
책은 곤충이 인간의 삶을 더욱 낫게 만드는 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나방의 천연 빨대는 대량 예방접종 등 재사용이 가능한 의료용 주사기 개발에 응용되고 있고, 아메리카동애등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대체 식량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무중력 우주 공간에서 중력 반응 및 노화 유전자 탐색을 위해 초파리를 우주로 보내기도 하고, 신경 화학물질이 군중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는 데 바퀴벌레가 활용되기도 한다.
법의학자들은 사망 시점을 규명하는 데도 곤충인 검정파리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대개 인간이 사망하고 3일이 지나면 시신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추정하기 어렵지만, 검정파리는 고인이 사망한 후 빠르면 몇 분, 길어도 몇 시간 안에 시신을 발견하고 알을 낳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간 곤충의 경우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지 못했고 몇몇 연구자들은 연구 주제 때문에 무시나 조롱을 당했다"며 "우리는 여전히 작고 경이로운 곤충에게 배울 점이 무궁무진하다"고 썼다. 저자 에리카 맥앨리스터는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수석 큐레이터로 근무하는 곤충학자다. 저서 '위대한 파리'와 '파리 뒤집어보기'로 호평을 받았다.
에이드리언 워시번은 BBC 라디오와 월드서비스에서 35년 동안 일한 프로듀서다. 과학, 예술, 의학의 역사에 관해 여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김대은 기자]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