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했는데 내집 아니다?…재건축 '준공'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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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다 짓고 일찌감치 입주한 서울 재건축 단지 중 ‘준공’ 판정을 받지 못한 곳이 늘고 있다. 이들 단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준공 인가를 받지 못해 등기는 물론 대출 전환도 쉽지 않다.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조합원들은 조합 집행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입주가 사업의 끝이 아니다”며 청산 때까지 비용 증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재건축·6702가구)는 아직 강남구청에서 부분 준공 인가도 받지 못했다. 단지의 기반 시설인 하수암거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준공 요건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2023년 11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법적으론 ‘사용승인’ 상태다. 단지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입주 지연 대란을 피하기 위한 임시 조치인 셈이다. 문제는 지자체에서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하면 그동안 조합원은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점에 있다. 융자도 금지되기 때문에 조건이 더 좋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있더라도 갈아타는 게 불가능하다. 한 조합원은 “입주 3년이 됐는데 이전고시를 하지 못해 아직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건물을 다 지어 살고 있는데 내 집이 아니란 사실 때문에 조합 집행부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내 다른 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동작구 ‘흑석자이’(흑석3구역 재개발·1772가구) 역시 2023년 2월 임시 사용을 받은 뒤 3년 동안 준공 승인을 받지 못했다. 법적으로 아직 단지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시설 설치도 어렵다. 일부 주민은 외부인 출입 차단 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준공 전에는 불가능하다.

정비업계에선 입주권 형태로 거래되고 있는 준공 전 정비사업 단지는 매수 때 제약이 심해 투자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대출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준공 전 단지는 주택 매매가 아니라 입주권 거래 형식으로 매수할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주담대 설정이 어렵고 주택을 완전히 소유하는 것도 아니어서 매수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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