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전쟁 터졌는데…금값이 왜 떨어지지?

3 weeks ago 2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지속됨에도 안전자산인 금값은 되레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오는 4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4605.7달러를 기록했다. CNN 방송은 “금값은 일주일 동안 11% 하락해 1983년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며 “전쟁 발발 이후로 14%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 지연 전망에 발목 잡혀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골드바가 진열돼 있다.  한경DB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골드바가 진열돼 있다. 한경DB

안전자산이란 투자했을 때 손실을 볼 위험이 매우 적은 금융자산을 말한다. ‘무위험자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금융자산 투자에는 여러 위험이 뒤따른다. 시장가격이 변동하거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자산의 실질 가치가 하락할 수 있고, 채권의 경우 돈을 떼일 위험도 있다. 안전자산은 주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없는 자산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금은 언제 어디서든 다른 자산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데다 녹슬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고, 본래 가치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점에서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출범한 브레턴우즈체제는 1971년까지 금본위제도를 운영했는데, 당시에는 전 세계 화폐가 금과의 교환가치로 평가되기도 했다. 자산가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도 금 보유량을 늘려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 안전자산인 금으로 투자자가 몰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쟁 직후를 제외하면 금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거나 하락하는 이례적 움직임이 나타났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자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이 금리인하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금에는 이자가 붙지 않아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1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한 유가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고 미국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상당한 규모에 지속 기간도 긴 에너지 충격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금 보유 비중부터 줄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 플랫폼 AJ벨의 댄 코츠워스 시장 부문 대표는 금값 하락에 대해 “투자자들이 그동안 수익을 안겨준 자산을 처분하고 있거나, 미국 달러화의 추가 강세에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유동성 급한 투자자, 금부터 처분”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금 가격은 2024년 한 해 동안 27%, 2025년에는 64% 오르며 파죽지세로 상승했다. 재작년 이후 금 랠리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금 매입, 금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 잇따른 지정학적 긴장 등에 힘입었다. 지난해에는 투자자들이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한 투자전략)에 대거 뛰어들면서 금 랠리를 가속화했다. 올해 들어서는 귀금속 가격 변동성이 유독 확대된 만큼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댄 갈리 TD증권 원자재 전략가는 “단기적으로 금값이 떨어질 위험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