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나랏빚 뒷감당 왜 내가"…프랑스 3040의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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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재정 긴축에 항의하는 ‘국가 마비’ 시위가 벌어졌다. /AP연합뉴스

지난 10일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재정 긴축에 항의하는 ‘국가 마비’ 시위가 벌어졌다. /AP연합뉴스

“매일 아침 출근해 열심히 일하지만 아직 집은 없다. 부자가 아닌데 부자 취급을 받으며 월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 그 돈은 은퇴자의 크루즈 여행과 연금, 중동에서 온 이민자의 복지와 아프리카 원조에 빠져나간다.” 프랑스 소셜미디어에서 밈(meme)처럼 회자되는 30대 남성 니콜라의 삶이다.

“허리 휘는 세금, 은퇴자·이민자에 쓰여”

재정위기로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프랑스에서 세대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국가부채 증가에 따른 경제 악화로 타격을 받은 밀레니얼 세대(1980~1996년 태어난 계층)가 베이비붐 세대(1945~1964년 태어난 계층)의 책임론을 들고나오면서다.

외신들은 최근 프랑스에서 ‘돈 내는 니콜라(Nicolas Qui Paie)’라는 엑스 계정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계정에는 작업복 차람의 지친 30대 니콜라가 의자에 등받이를 젖히고 앉아 칵테일을 마시는 70대 베르나르와 샹탈을 대신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모습을 풍자한 밈이 꾸준히 올라온다. 니콜라는 1980년대 태어난 프랑스 남성에게 흔한 이름이고, 베르나르와 샹탈은 프랑스 기성세대가 많이 쓰는 이름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소셜미디어에서 ‘#NicolasQuiPaie’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프랑스에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떠안겨 밀레니얼 세대가 그 뒷감당을 하고 있다는 젊은 층 일각의 불만을 대변하는 것이다. ‘돈 내는 니콜라’ 계정의 운영자는 로이터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표를 기대할 수 있는 연금 수급자들에게만 편향된 정책을 펴고 있다”며 “내가 속한 젊은 세대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연금제도는 근로자의 급여에서 돈을 떼어 은퇴자를 지원하는 형태인데,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이런 형태로 밀레니얼 세대가 부양해야 할 베이비붐 세대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인구통계학 전문가인 막심 스바이는 “어느 나라도 오늘날의 프랑스만큼 연금 수급자를 잘 대우한 적이 없다”고 했다. 기성세대가 프랑스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부 노년층은 재정위기의 원인을 자신들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한다.

불어난 나랏빚에 … 피치, 佛 신용등급 강등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프랑스는 유럽 재정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재정 씀씀이를 대폭 키웠다. 그 영향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00년 60%에서 올 1분기 114%로, 25년 새 2배로 높아졌다. 경제 규모의 114%에 달하는 나랏빚을 끌어안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긴축 재정을 시도한 내각은 의회와 여론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줄줄이 붕괴됐다. 한 번 늘린 복지를 다시 줄이지 못하는 ‘재정 중독’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피치는 지난 12일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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