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포럼 개막 앞두고…10년 만에 새 화두 제시
◆ 다보스포럼 ◆
다보스포럼의 창시자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10년 만에 새 어젠다를 제시한다. 2016년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붐을 일으켰던 그는 올해 연차총회에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지능화 시대(Intelligent Age)를 새로운 화두로 공개할 계획이다.
올해로 55회 차를 맞는 세계경제포럼은 오는 20~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다.
인구 1만명 수준의 스위스 산골, 스키리조트 마을에 세계 정치, 경제, 산업 리더 3000여 명이 모여 300개 이상의 세션이 진행된다. 수행 인원까지 감안하면 마을 인구보다 많은 사람이 집결하는 셈이다.
슈바프 회장은 올해 포럼의 대주제를 '지능화 시대를 위한 협력(Collaboration for the Intelligent Age)'으로 잡았다. 최근 수년간 AI의 급속한 성장이 연구 단계에서 실증을 넘어 산업화에 이르면서 본격적인 AI 시대를 맞았다는 해석이다.
앞선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글로벌 AI 석학으로 유명한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얀 르쾽 메타 수석AI과학자(뉴욕대 교수),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등이 미래 AI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온 결과다.
지능화 시대는 AI와 여러 혁신기술이 일상생활에서 통합돼 세계 지구촌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시대를 일컫는다. 이에 따른 변화는 기존 산업혁명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사무국은 "경제적 분열과 지정학적 양극화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동시에 AI와 양자, 에너지, 바이오기술이 인간 생활의 전례 없는 변화와 급격한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성장을 되살리고, 분열을 피하는 방법, 저성장·고부채의 세계 경제 위기를 협력으로 극복하는 법, AI를 윤리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등 공동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단순히 기기와 시스템을 연결하고 스마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훨씬 넓은 범주까지 아우르는 변화"라며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나노기술, 재생 가능 에너지에서 양자컴퓨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거대한 약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이 모든 기술이 융합해 물리적 영역, 디지털 영역, 생물 영역이 상호 교류하는 4차 산업혁명은 종전의 그 어떤 혁명과도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능화 시대는 4차 산업혁명보다 한발 더 나아간 진화에 가깝다.
세계경제포럼 사무국은 지능화 시대를 기반으로 △성장의 재발견 △지능형 시대의 산업 △인재 투자 △지구 보호 △신뢰 회복 방안을 소주제로 잡고 총 300여 개 세션을 구성했다.
'성장의 재발견'은 코로나19 팬데믹 후폭풍을 겪고 있는 세계 경제의 발전 동력을 찾고자 한다.
특히 혁신을 통해 저성장, 고부채, 재정 고갈 문제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그 해답으로 디지털 경제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측은 "디지털 경제는 이미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세계 경제 가치 창출의 70% 이상이 디지털에서 나올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이 같은 동력이 역풍에 휩싸이지 않고 연착륙(소프트랜딩)할 수 있게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장을 위해 산업과 인재 투자에도 주목했다. 사무국은 "경제·기술 변화에 따라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며 "AI, 양자컴퓨터, 바이오, 로봇 등의 발전은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지만, 전력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등 비즈니스 리더들이 단기와 장기 과제를 조화롭게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전 세계 일자리의 40%가 AI에 노출돼 있지만, 완전 자동화보다는 업무를 강화하고 보강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며 "신흥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활용하기 위해 기술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구 보호와 신뢰 회복도 전 세계가 당면한 과제다. 특히 '에너지 트릴레마' 극복의 열쇠를 청정 기술에서 찾고 있다. 에너지 트릴레마는 에너지안보·탄소중립·에너지빈곤의 위기를 지칭하는 것으로, 소형모듈원전(SMR)·해상풍력 같은 혁신기술 세션을 통해 대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지정학적 양극화, 다극화의 문제와 강대국 간 경쟁 심화 및 보호무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신뢰 재건도 주요 논의 사항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 G7(주요 7개국)과 신흥국 연합체인 브릭스의 갈등과 함께 미국·중국·유럽의 트라이앵글 갈등도 포럼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보스포럼은 지난 20년간 글로벌 경쟁과 대립 속에 무역 성장률이 평균 5.8%인 데 반해 디지털 방식의 서비스 교역은 4배가 증가한 점을 고려해 디지털을 주제로 한 협력 강화 솔루션 창출 가능성도 논의할 전망이다.
[진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