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 첫날 19% 급등…한국은 배정 '0'
한일 예상배정액은 동일
투자몰린 日은 되레 7배↑
청약 막힌 한국, 배정 안돼
공모물량 미확보 국내ETF
시장서 직접 매수나설 듯
미래에셋 "투자자에 사과"
일본에 장기 체류 중인 한국 국적 이 모씨(32)는 스페이스X 인수 증권사인 일본 미즈호증권을 통해 스페이스X 3주(405달러 상당) 공모주 청약에 성공했다. 비록 소액이지만 상장 첫날 스페이스X 주가가 공모가 대비 19.22% 오르며 수익률은 짭짤했다. 이씨는 "한국 투자자들은 단 1주도 청약받지 못했다는데 운이 좋았다"고 기뻐했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상장 첫날인 지난 12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시가총액 2조1046억달러(약 3200조원)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증시 데뷔를 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 대다수는 상장 첫날 투자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스페이스X 상장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 등이 국내 미래에셋증권을 통한 공모주 청약에 대해 공모주를 단 한 주도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글로벌 상장은 철저한 '머니게임'
14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스페이스X 상장 거래 직전 최종 배정 단계에서 골드만삭스는 미래에셋증권을 배제했다. 앞서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의 인수 섹션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인수단 일원으로 참여해 231만4815주를 인수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는 공모가 기준 3억1200만달러(약 4700억원) 규모다.
공모주 청약에서 배제되자 미래에셋증권 측이 강력히 항의했으나 골드만삭스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글로벌 상장 절차가 철저히 '머니게임'에 좌우된다고 설명한다.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코리아 패싱'이 일어난 것도 결국 수요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IB 관계자는 "이웃 나라 일본은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까지 스페이스X 공모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어 보다 많은 물량을 배정받았다"면서 "한국은 수요가 이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물량 배정에서 소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주식 공모주 청약 과정서 62억달러 규모의 주문을 넣었다. 일본 청약 주관사인 미즈호증권에 당초 배정된 예상 금액은 미래에셋증권과 동일한 3억1200만달러였다. 예상 경쟁률은 19.87대1이었다. 반면 전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진 국내 청약 금액은 단 5억달러에 그쳤고,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예상 경쟁률은 1.60대1에 그쳤다.
국내 일반 투자자들은 제도 미비로 미국 주식에 직접 청약할 길이 막혔고 이 때문에 청약 금액도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원화값 약세를 우려한 당국의 제동으로 투자자들의 청약 금액이 당초 대비 30% 수준으로 줄어들어 저조한 수요를 나타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청약 수요가 저조한 한국의 실제 배정액은 '0'인 반면, 일본 투자자에게 실제 배정된 금액은 예상 배정액 대비 7배가 넘는 22억달러에 달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도 이번 공모주 청약 패싱으로 일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주관사 골드만삭스 韓 홀대 논란
그럼에도 골드만삭스의 '무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공시 문서에 인수 물량까지 명시해놓고 최종 단계에서 단 한 주도 주지 않은 것은 글로벌 대형 주관사가 한국 시장과 국내 투자자를 철저히 소외시키고 무시한 조치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TIGER 글로벌AI액티브' 등을 통해 공모주 투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물량을 최종 확보하지 못하면서 관련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스페이스X 공모주를 확보한 뒤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와 '한국투자글로벌우주기술&방산 펀드'에 편입할 계획이었다. 결국 운용사들은 공모가로 확보한 물량이 아닌 상장 후 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게 됐다.
한편 미래에셋그룹은 자산운용 미국 법인을 통해 현지 기관투자자 자격으로 스페이스X 공모주를 4000억~5000억원 규모로 배정받았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해당 배정분이라도 국내 투자자에게 배분할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했다"면서도 "국내와 미국의 현행 규정상 국내 투자자에게 이를 배분할 경우 위법하다는 해석이 나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 이종화 기자 / 추경아 기자 /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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