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요리 전문가와 위스키 전문가 부부가 사는 법

1 month ago 1

나카가와 히데코·박병진 부부

나카가와 히데코 일본요리 전문가(왼쪽)와 남편 박병진 위스키 전문가.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나카가와 히데코 일본요리 전문가(왼쪽)와 남편 박병진 위스키 전문가.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요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히데코 선생님’은 유명하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에서 2008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나카가와 히데코(中川秀子) 씨의 요리 수업은 지금까지 4500명 이상이 수강했다. 일본 도쿄 제국호텔의 프랑스 음식 주방장을 지낸 나카가와 다모츠(中川保) 씨를 아버지로 둔 ‘셰프의 딸’로, 국내에 일본 가정식 요리를 전파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가 올해 초 자신의 18번째 책 ‘히데코의 일본요리’를 펴냈다. 남편 박병진 씨가 차린 ‘북스레브쿠헨’이라는 1인 출판사를 통해서다. 박 씨도 같은 시기 ‘위스키, 스틸 영’이라는 위스키 인문학책을 냈다. 부부는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일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귀화 일본인인 아내 히데코 씨는 일본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했지만 어려서부터 맛보고 자란 일본요리를 가르친다. IBM과 SAP 등 국내외 기업에서 30여 년간 일했던 남편 박 씨는 20여 년 전 좋아하는 위스키를 인생 후반기 아이템으로 준비해 지금은 위스키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부부는 “둘 다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인생의 최우선 가치로 생각한다”며 “사람들을 만나 그들로부터 배우고 동시에 우리의 선한 영향력도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내의 말
―둘은 어떻게 만나 결혼했나.
“1994년 한국에 어학을 배우러 왔다가 아르바이트로 남편이 다녔던 IBM의 거래처인 새한그룹에서 일본어 강사를 하던 중 새한 과장님의 소개로 만났다. 1년쯤 사귀다가 일본으로 돌아갔는데 남편이 일본으로 와 청혼을 해서 1998년 결혼했다.”

―‘히데코의 일본요리’를 펴낸 이유는.
“독자들이 일본 식문화를 더 자세히 알고 집에서 쉽게 요리할 수 있으면 한다. 그래서 특이한 일본요리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식들을 많이 소개했다.”

―히데코의 일본요리의 특징은.
“일본요리 전문학교를 나오지는 않았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이유식부터 엄마와 할머니의 일본요리 맛을 체험해 혀와 기억 속에서 일본요리의 맛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한국에 오래 살면서 여기서 구하는 재료로 그 맛을 재현한 게 히데코의 일본요리다.”

―식자재를 구하는 곳은 어디인가.
“서울 연희동 ‘사러가’, 노량진시장, 마장동 시장, 가락시장의 단골 판매자들로부터 구한다. 어부와 농부 등 생산자들로부터 직접 사기도 한다. 수업 때 쓰는 빵과 후식 재료도 전문가들로부터 산다. 모두 만들고 가르치기보다 저보다 잘하는 사람의 식자재를 사용해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고 한다.”―이제 곧 3월인데 추천하고 싶은 레시피는.
“봄의 향기와 공기를 느끼게 되면 바다에서 나오는 것들이 맛있어진다. 조개 주꾸미 스미소무침을 추천한다.”


●남편의 말
―3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어떻게 위스키 전문가가 됐나.
“첫 직장인 IBM에 다닐 때부터 와인과 위스키를 좋아했는데 무의미하게 사업목적으로만 술을 마시는데 회의가 들었다. 100세 시대 두 번째 인생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20년 전부터 위스키 공부를 했다. 매년 열흘 이상씩 전 세계 위스키 증류소도 다녔다. 위스키 칼럼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동아일보 최고위과정 광화문살롱에서 강의도 한다.”

n잡러의 일상은 어떤가.
“오전 6시 기상해 7시부터는 칼럼이나 책의 원고를 쓴다. 9시부터는 출판사 대표로서 각 서점의 주문을 처리하고 출고지시를 한다. 오후에는 외부미팅을 하면서 히데코 요리교실의 허드렛일 담당 집사로서 각종 수강등록과 정산 등 행정 업무처리를 한다. 거의 연예인 수준인 히데코의 일정관리 및 외부활동의 매니지먼트 역할도 병행한다. 장보기와 물건나르기 등 요리교실 보조로서도 활동한다.”

―‘위스키, 스틸 영’에 나온 곳들은 아내와 함께 여행했나.
“대부분 같이 여행했지만, 스코틀랜드의 오지라서 두 번은 가고 싶지 않던 곳들은 혼자 가기도 했다.”

―위스키의 매력은.
“와인처럼 까다롭지 않게 구입하고, 보관하고, 마시는 술이다. 상하지 않으니 한 번에 다 마실 필요도 없다. 집에 따 둔100여 병 중 그날그날 어떤 위스키 조합으로 마실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된다.”

―일본요리와 위스키의 궁합은.
“위스키는 요리 없이도 마실 수 있지만 그래도 일본요리는 비교적 위스키에 잘 어울리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피트향이 나는 위스키가 해산물에 어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플로럴한 스페이사이드 위스키가 어울린다. 피트가 없는 위스키가 오히려 사시미나 산뜻한 식초가 들어가는 해산물의 맛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튀김 음식은 하이볼이나 온더락스에 매우 잘 어울린다.”

―추천하고 싶은 단골 위스키 바는.
“연희동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아가는 ‘코블러’를 추천한다. 오너 바텐더와 시니어, 주니어 바텐더들이 모두 칵테일과 위스키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고객과의 소통에도 열심이다. 무엇보다 가정집을 개조한 바여서 연희동 특유의 감성을 느낄수 있다.”

―아내와 시간을 많이 보내나.
“바쁜 가운데서도 대부분의 저녁 혹은 위스키 한잔의 시간은 아내와 가지는 편이다. 즐거운 인생을 함께 헤쳐나가는 동반자로서 서로 조언해주기도 한다. 물론 둘 다 조언을 잘 듣는 편은 아니다. 그저 서로 말하는 데 의의가 있는 편이고 자주 싸우기도 한다(웃음).”

〈조개 주꾸미 스미소 무침 〉

- 4인용 재료: 모시조개 800g, 해감용 소금물(물1L+소금 2큰술), 청주 100mL,
주꾸미 4마리(100g), 풋콩 1컵, 두릅 또는 아스파라거스 6개, 방울토마토 8개, 소금 적당량
- 초피 스미소 양념: 초피 열매 1큰술, 미소 4큰술, 쌀 식초 3큰술, 머스코바도 설탕 2큰술,
다시마다시 1큰술

1. 모시조개는 씻어 해감용 소금물에 담가 은박지 덮어 30분 이상 둔다. 해감 후 다시 씻는다.
2. 냄비에 해감한 모시조개와 청주, 소금을 약간 넣고 입이 열릴 때까지 찐다. 다 익으면 식혀 조갯살만 분리한다.
3. 주꾸미는 내장과 입 등을 제거하고 끓는 물에 넣었다가 색이 하얗게 변하면 건져낸다. 바로 얼음물에 식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4. 끓는 물에 소금 1작은술을 넣고 풋콩을 2분간 데친 후 차가운 물에 담가둔다. 같은 냄비에 손질한 두릅을 넣어 1분간 데치고 건져내 그대로 식힌다.
5.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떼고 세로로 반 자른다.
6. 초피 열매는 잘게 다져서 볼에 넣고 나머지 초피 스미소 재료와 섞는다.
7. 6의 초피 스미소에 조갯살, 주꾸미, 풋콩, 두릅, 방울토마토를 넣어 버무린 후 그릇에 담는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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