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도 ‘선수급 치료’ 받는 시대, 스포츠 손상에 맞는 전문 치료 필요해

4 days ago 8

[인터뷰] 인천 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김태진 과장

“선수 못지않게 스포츠를 전문적으로 즐기는 일반인이 늘어남에 따라 스포츠 손상에도 선수급 치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빠른 회복과 일상 복귀는 물론 운동을 다시 즐기려면 스포츠 손상에 맞는 체계적인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

인천 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김태진 과장(정형외과 전문의·대한 스포츠의학회 인증전문의)은 어린 시절부터 축구, 농구,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의과대학 재학 시절 축구 동아리 활동 중 무릎에 크게 다쳐 수술까지 받았지만, 성공적인 재활을 통해 교내와 전국 대회에서 입상한 이력도 있다. 김태진 과장은 스포츠 의학 전문가이자 스포츠 광적인 팬으로서, 스포츠 손상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국내 스포츠 활동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인들도 스포츠 활동 중 선수 수준의 심각한 손상을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취미 수준의 스포츠 활동 중 단순 염좌나 타박상을 입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동호인들의 수준 향상과 경기 중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치 증가로 인해 무릎 십자인대 파열, 반월상 연골판 손상, 어깨 탈구 등 선수와 유사한 심각한 손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인천 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김태진 과장으로부터 스포츠 손상의 특징, 증상과 원인, 주의 사항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인천 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김태진 과장이 스포츠 손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 힘찬종합병원 제공

인천 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김태진 과장이 스포츠 손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 힘찬종합병원 제공

-스포츠 손상이란?

“스포츠 손상은 스포츠 활동이나 여가 운동 중에 발생하는 모든 유형의 신체적 손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손상은 직접적인 외상, 반복적인 과사용, 그리고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직접적인 외상은 운동 중 신체적 충돌이나 과도한 외력으로 인해 발생한다. 과사용은 장기간에 걸친 미세한 손상 축적으로 인한 구조적인 손상을 의미한다. 환경적인 요인은 고산병이나 잠수병과 같이 외부 환경이 신체에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 손상을 의미한다. 특히 근골격계 스포츠 손상은 외상이나 과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기 신체 능력에 맞지 않는 운동을 하거나 준비 운동을 소홀히 해서 발생하는 경우도 흔하다.”-종목별로 주의해야 할 스포츠 손상은 무엇이 있을까?

“스포츠 경기나 운동 중에는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이 손상될 수 있으나 주로 근육, 힘줄, 인대, 뼈, 연골 등 근골격계 손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흔히 관절의 염좌, 긴장, 인대 파열, 힘줄 파열, 골절 및 탈구 등을 들 수 있다. 2023년 국민 생활체육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인들의 경우 걷기, 등산, 헬스, 수영, 골프, 축구, 풋살, 맨손체조, 요가, 필라테스, 배드민턴, 탁구, 농구 등의 참여율이 높다. 이 중 축구, 풋살, 배드민턴은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 등으로 인한 무릎 반월상 연골판 파열과 십자인대 파열을 특히 주의해야 하고 골프는 스윙 동작으로 인한 팔꿈치 내외 측 상과염(골프 엘보, 테니스 엘보), 농구는 방향 전환 및 잦은 점프로 인한 아킬레스건파열이 많이 발생한다.”

-스포츠 손상으로 의심되는 대표적인 증상은?

“기본적으로 스포츠 활동 중 무릎이나 어깨, 팔꿈치, 발목 등 관절 주변에서 ‘뚝’ 하는 느낌이 들었다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현재 하는 운동의 가동 범위와 체중 부하 정도를 점검해 봐야 한다. 만약 관절 부위 움직임이 어렵거나 통증으로 걷기 힘들다면 인대 파열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운동 후 관절 부위에 물이 차거나 뻑뻑한 느낌, 관절 가동 범위감소 등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퇴행성 손상과 스포츠 손상은 무엇이 다른가.

“환자 입장에서는 증상이 비슷할지 몰라도 검사 소견과 치료 방향은 명확히 다르다. 엑스선(x-ray)이나 진찰상에서도 어느 정도는 구분이 가능하지만, 자기공명영상(MRI) 등 정밀 검사를 시행하게 되면 보다 확실한 진단이 가능하다. 영상 검사상에서 퇴행성 손상은 외상의 흔적이 잘 나타나지 않고 조직의 퇴행성 위축 소견 등을 보이지만, 스포츠 손상은 관절 내 출혈이나 외상 흔적으로 인한 골 부종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스포츠 손상을 입었다면 영상 검사와 조기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스포츠 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어린 시절부터 운동광이었다. 대학 시절 축구를 하다가 무릎 슬개골 급성 탈구와 무릎 연골 손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일반인이 전문적인 재활 치료를 받기 쉽지 않은 시절이었지만 독학으로 꾸준히 운동하면서 성공적인 재활을 통해 전국 의과대학 축구 대회에 입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수술과 재활을 직접 경험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어려움도 많았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환자를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스포츠 의학 쪽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됐다. 정형외과 전문의와 대한 스포츠의학회 인증 전문의를 취득한 후 운이 좋게도 다수의 프로 및 엘리트 스포츠 선수의 치료와 수술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 팀 주치의로 해외 원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는 수도권 소재 프로야구단의 필드 박사로 활동하며 경기장 내 선수들의 부상 관리와 회복을 돕고 있다. 나 자신이 스포츠 손상을 겪었고 재활을 통해 다시 성공적으로 복귀했던 경험이 있기에 환자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진료하고 있다. 또한 수술과 재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힘이 되어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스포츠 손상 예방과 치료를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스포츠 손상은 충분하지 않은 준비 운동으로 인한 경우가 가장 많다.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스포츠 경기 전 충분한 준비가(Warm-up) 부상을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준비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스포츠 활동 전 체온을 1도 이상 올리는 것만으로도 근육의 이완과 각성상태를 충분히 유발해 부상을 피하고 적절한 동작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손흥민 선수 같은 플레이를 위해서는 손흥민 선수 같은 몸풀기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통 아마추어 동호인들은 몸을 대충 풀고 바로 운동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다. 운동 전 최소 30분 이상은 몸에 충분히 열을 내고 근육 스트레칭을 해 달라고 당부한다. 경기 중 부상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상태에 따라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폴리스(POLICE) 원칙을 적용해 관리하는 것이 부상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 부목 등을 활용한 보호, 적절한 하 중부하, 냉찜질, 압박, 부상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위치해 주는 거상 등의 방법이다. 며칠간의 적절한 관리에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을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가급적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겠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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