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먹는 비만약으로 신약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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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창립 이후 영양제 ‘아로나민’과 복제약으로 성장해 온 일동제약이 본격적인 신약 개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먹는 비만약이다. 주사제 중심이던 글로벌 비만약 시장에서 높은 안전성과 값싼 생산 단가의 먹는 약으로 돌풍을 일으킨다는 목표다.

◇체중 감량에 요요 방지까지

일동제약 "먹는 비만약으로 신약 승부수"

2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의 연구개발(R&D) 자회사 유노비아는 지난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먹는 비만약 후보물질 ‘ID110521156’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이 약물은 총 세 가지 용량(50·100·200㎎) 중 중간 용량에서 4주 만에 체중 6.9% 감량 효과를 보였다. 일라이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 등 글로벌 경쟁 약물에 버금가는 체중 감량 효과다.

이재준 일동제약 사장은 “ID110521156은 구조가 단순해 경쟁 약물 대비 생산 단가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노보노디스크 등 글로벌 주요 기업과 기술이전을 논의하고 있다. 이 사장은 “내년 상반기 임상 2상에 진입하기 전까지 기술이전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일동제약의 비만약은 하루 한 번 비타민처럼 섭취하는 형태다. 초기 임상 결과에서 충분한 체중감량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확인한 만큼 일반적인 비만약으로 개발하는 전략, 용량을 극도로 낮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모두 고려 중이다. 저용량 비만약으로 요요현상 없이 3~5㎏ 감량을 원하는 소비층을 겨냥한다는 구상이다.

이 사장은 “비만약은 주사제와 경구제가 시장을 양분할 것”이라며 “극단적 체중 감량을 원하는 이는 주사제를,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천천히 살을 빼길 원하는 이는 경구제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 되는 신약에 집중

비만약 외에도 일동제약은 위장약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원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이 약물은 임상 3상 단계로 중동·남미 등 해외 시장에서 관심이 높다. 이 사장은 “후발주자로서 지식재산권(IP) 만료 기한이 2041년으로 가장 길다는 강점을 살려 유리한 조건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의 신약 개발은 2004년 고(故) 윤원영 명예회장이 사재를 들여 중앙연구소를 설립하며 본격화했다. 2017년 간염 치료제 ‘베시보’를 개발했으나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시장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일동제약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꾸준히 R&D 투자를 확대했다. 이 때문에 2022년 739억원, 2023년 53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비만약과 위장약을 개발하는 유노비아, 아이디언스(항암제), 아이리드비엠에스(섬유증 치료제) 등 관계사를 통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다각화하고 있다.

일동제약의 신약 전략 핵심은 ‘비즈니스형 R&D’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파이프라인이라면 특정 질환이나 모달리티(치료접근법)에 얽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한국 제약사의 현실을 냉정히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년간 적자에 시달리던 일동제약은 분사·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이 사장은 “일동을 먼저 단단하게 다지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신약 개발과 기존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함께 잡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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