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애물단지' 전락?…"임대료 안 깎아주면 철수"

16 hours ago 6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사진=임대철 기자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사진=임대철 기자

신라·신세계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임대료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28일 2차 임대료 인하 조정을 앞두고 인천공항공사는 사업자들의 조정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면서다. 또한 2차 조정에도 불참하기로 했다. 면세점은 조정 결렬 시 점포 철수까지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공사는 전날 간담회를 통해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제기한 임대료 인하와 관련해 배임 또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소지와 타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조정요청 미수용' 입장을 밝혔다.

공사는 "법률 자문 결과 신라·신세계가 조정 신청 근거로 제시한 민법 628조의 차임 감액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정에 응할 경우, 배임 또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소지와 타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사에 따르면 당시 공개경쟁 입찰 과정에서 공사가 제시한 최저수용금액은 사업권 당 DF1(향수·화장품) 5346원, DF2(주류·담배) 5616원이다. 신라와 신세계는 각각 8987원(168%), 9020원(161%) 등 비교적 높은 가격을 제시해 낙찰받았다.

공사는 "양 회사는 최저수용금액 대비 투찰률 160%가 넘는 임대료를 제시해 10년간 운영권을 낙찰받았다"면서 "고가 투찰로 사업권을 획득한 후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의 취지와 공공성, 기업의 경영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자들의 임대료 조정요청 사유인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시장 환경 변화는 사업 특성상 내재한 매출 변화 요인으로 임대료 조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사는 "총 10년의 계약 기간 중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를 감액해 달라며 과다 투찰에 대한 경영책임을 회피하고 공사에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본 사안의 본질"이라며 "면세사업자들이 제기한 임대료 조정요청에 미수용 입장을 결정하고 오는 28일로 예정된 2차 조정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두 면세점은 지난 4∼5월 각각 인천지방법원에 공사를 상대로 1·2 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의 조정신청을 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 부진, 개별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 고환율 등으로 인해 면세점 이용자가 급감해 현재의 임대료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여객 수에 객당 임차료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하는 만큼 공항 이용객 수가 늘면 임차료도 늘어난다. 두 면세점의 객당 임차료는 각각 8987원, 9020원으로 인천공항 월평균 출국자 수가 약 301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매달 300억원 안팎, 매년 4000억원에 가까운 임차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면세업계는 공항 이용객 수 증가에도 면세점 매출이 늘지 않자 임차료 경감을 요청했다. 임차료를 현행 대비 40% 내리지 않으면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임대료를 재입찰에 부치면 임대료 수준이 현재보다 약 40% 낮아진다는 감정 결과도 나왔다. 인천지방법원이 신라·신세계 면세점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선정한 삼일회계법인에 감정촉탁을 시행했다. 삼일회계법인은 현시점에서 재입찰이 진행되면 입찰가는 현재 수준 대비 약 4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의 감정서를 최근 제출했다.

감정서에 따르면 현재 객단가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출국객 수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쟁점이 된 면세구역의 매출은 연평균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임대료를 고려하면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DF1 구역의 내년 매출은 7132억원, 임대료 차감 전 영업이익은 1978억원이지만 임대료 3173억원을 차감하면 119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남은 임대 기간인 2033년 6월까지 매년 임대료를 차감하면 영업손실이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패션·액세서리·명품 등 매출은 2019년 수준을 회복한 뒤 성장세를 보이지만, 화장품·향수와 주류·담배 매출은 2019년 대비 53%와 65%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출 감소 원인으로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소비 패턴 변화가 꼽힌다. 한국인은 출국할 때 온라인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매출 비중이 증가했고 중국인은 소비패턴이 실속, 체험형으로 바뀌면서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3년 온라인 면세주류 판매 허용 역시 주류 매출 채널을 분산시켜 인천공항 면세점의 주류 매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시점에서 재입찰이 진행되면 DF1, DF2의 입찰가는 현재 수준 대비 약 4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감정이 나왔다.

공사의 조정요청 미수용 방침에 면세점 측 관계자는 "공사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감정 결과를 토대로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지만, 조정이 이대로 결렬 시 철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 변함없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