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영업점 협업하는
VG제도 무임승차 역설
조직 개편으로 폐지해
지난 12일 많은 우리은행 직원들이 기뻐한 소식이 있었다.
협업 제도 폐지다. 복수의 영업점을 그룹으로 묶어 협업하게 한 ‘밸류그룹(VG)제도’가 조직 개편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금융 환경이 급변하면서 힘을 똘똘 뭉쳐도 부족한 시기에 은행원들은 왜 협업 제도 폐지를 반겼을까. 흔히 말하는 MZ세대 이기주의의 발현이었을까.
이날 다수의 우리은행 직원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VG제도는 유명무실할 뿐 아니라, 외려 부서 이기주의를 극대화하는 병폐만 낳았을 뿐이라고 얘기했다. 대학 시절 많이 경험했을 ‘조모임의 역설’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VG제도는 거점 점포를 주축으로 주변 영업점 4~8개를 묶은 영업 채널을 핵심으로 한다. 영업점 직원들이 협업하며 고객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하기 위해 2021년 도입했다. 다수 부서와 직원이 합을 맞춘다면 고객의 금융 요구에도 보다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실상은 달랐다. VG제도는 동일 그룹에 들어간 영업 본부별로 지점 성적을 평가하고 이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한다. 그룹 전체가 좋은 성적을 얻어야만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 직원 A씨는 “본인 지점 성과는 좋은데 연대책임으로 성과를 낮게 받은 경험이 있는 직원이라면 제도 폐지에 환호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부서장 이상급이 아닌 대부분 일반 직원은 VG제도의 영향을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유명무실해진 상태라고 한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인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직원 불만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하나은행은 컬래버 제도라는 이름의 협력 영업 제도를 폐지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업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은행마다 조직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며 “조직을 붙이고 쪼개는 실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가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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