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 사회복지사가 석가모니 부처… 그 가르침 따르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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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 묘장스님
30년전 ‘깨달음의 사회화’ 천명 출범
‘천상천하 유아독존… 아당안지’는 ‘내가 고통받는 중생 구제하겠단’ 뜻
민간 영역이 성장해야 ‘촘촘한 복지’… 정부 지원, 빛과 그림자 모두 봐야

묘장 스님은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시대에 맞게 실천하다 보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소외된 이웃의 아픔을 보듬고 그들과 같이 정진해 나눔의 꽃을 피워 내겠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묘장 스님은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시대에 맞게 실천하다 보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소외된 이웃의 아픔을 보듬고 그들과 같이 정진해 나눔의 꽃을 피워 내겠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묘장 스님) 창립 30주년 기념 법회가 11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렸다. 1995년 ‘깨달음의 사회화’를 천명하며 산하 21개 시설, 종사자 300여 명으로 출범한 재단은 현재 181개 시설, 5600여 명으로 구내에서 가장 큰 복지재단 가운데 하나다. 한 해 예산만 4000억 원에 이른다. 18일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에서 만난 묘장 스님은 “사실 인류 최초의 사회복지사가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며 “그 가르침을 따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석가모니가 현대에 태어났으면 사회복지사가 됐을 거라고요.

“석가모니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고 외치셨어요. 대부분 앞부분은 아는데 ‘삼계개고 아당안지’는 잘 모르지요. ‘내가 세상에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구제해 편안케 하겠다’라는 뜻이거든요. 요즘 직업으로 치면 사회복지사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깨달음의 사회화’란 무슨 의미입니까.

“30년 전 당시 총무원장인 월주 스님이 ‘깨달음의 사회화’를 천명하며 재단을 설립하셨어요.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세상에서 나보다 잘난 사람은 없다’라는 교만한 의미가 아니에요. 생로병사에서 벗어나 영원한 존재가 된 자신처럼, 삼계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을 반드시 구제해 나처럼 만들겠다는 자신감이지요.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지 않는 깨달음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정부가 복지 지원에서 빛과 그림자를 모두 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 복지를 챙기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만,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나서면 해당 분야의 민간 사회복지단체에는 기부와 후원이 안 들어오는 현상이 벌어져요. 지금 노인복지기관이나 장애인시설에 후원금이 안 들어오는 게 그런 까닭이지요. 촘촘한 복지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민간 영역이 성장해야 하거든요. 복지 제도를 설계할 때 양쪽을 모두 고려하는 폭넓은 시야를 가졌으면 하지요. 그리고 재난 지역에서 좀 혼자만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해요.” ―혼자만 하려 한다니요.

“재난 현장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단체와 함께하려 하지 않거나, 기본적인 공지도 안 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2017년 경북 포항 지진 때 주민들이 홍해실내체육관에 있다가 다른 곳으로 잠시 옮겼어요.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 지자체에서 알려준 다른 장소로 지원 물품은 물론이고 밥차까지 모두 들고 찾아갔는데 아무도 없더라고요.”

―주소가 잘못됐습니까.

“아니요. 새벽에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다 데리고 갔대요. 황당해서 다시 찾아가니, 이번에는 체육관 정문을 열어주지 않았어요. 들어오지 말라는 거죠.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나는 절로’에서 결혼 커플이 나왔다고요.

“올 11월에 한 커플, 내년 5월에 한 커플이 결혼합니다. 2023년 저출산 극복을 위해 시작한 이후 커플은 30여 쌍이 나왔는데 결혼은 처음이지요. 미리 주례사도 써놨어요.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불행과 고난은 행복 뒤에 서서 늘 따라오지요. 살면서 기쁘고 행복한 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서로 의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으면 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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