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 사는 사람은 몇 안 되지만, 휴가철이면 하루 평균 5만 명이 찾아옵니다”
지난해 10월 울릉도를 찾은 사람은 하루 평균 5만 명. 울릉군 주민등록상 인구는 1만 명이 채 되지 않지만, 그 다섯 배 넘는 인구가 배를 타고 들어와 평균 17시간 머물렀다. 머무는 동안 쓴 돈은 1인당 16만 원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잠깐 머무는 인구’가 울릉 지역경제의 핵심 소비층이 되고 있다.
26일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생활인구는 약 2244만 명이다. 이 중 주민등록상 ‘진짜 주민’은 487만 명, 실제로 머문 ‘체류인구’는 1757만 명이었다. 등록인구의 3.6배가 넘는 사람이 ‘한 번쯤 머무는 곳’으로 지방을 찾은 셈이다.
특히 강원 양양군은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몰려들며 ‘핫플’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양양의 등록인구보다 17.3배 많은 인파가 몰렸고, 11월엔 11.8배, 12월에도 10.3배 수준을 유지했다. 바다와 산을 함께 품은 자연환경에 서핑 명소, 감성 숙소 등이 더해지면서 계절과 관계없이 생활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는 대표적 관광형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울릉군도 평균 17시간씩 머무는 체류인구가 등록인구의 5.5배에 달했다. 이들이 쓴 돈만 따져도 1인당 16만 원이 넘는다.
체류인구의 소비력도 만만찮다. 10월부터 12월까지 1인당 카드 사용액은 11만~12만 원대, 전체 지역 소비의 40% 가까이를 차지했다. 대구 군위, 강원 고성·평창처럼 관광객들이 먹고 자고 쓰는 도시의 경우, 등록인구보다 2배 넘는 소비가 체류인구에서 나왔다.
지방으로 국내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다양하다. 단기 숙박형은 대부분 20대 여성으로, 다른 지역 거주자가 강원도 등 관광지에 여행 와서 하루 이틀 머물러갔다.
통근·통학형은 30~50대 남성이 주를 이룬다. 광역시에 사는 사람들이 근처 군 단위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유형이다. 장기 실거주형으로는 동일 지역 내에서 장기 체류하거나 주말마다 지방을 찾는 사례 등이다.
정부는 앞으로 연간 생활인구 변화를 정리해 각 지자체에 제공하고, 지방을 그냥 거쳐가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의 잠재적 인구로 인정하자는 흐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줄어드는 인구만 보고 지방 소멸을 걱정할 게 아니라, 머무는 인구가 주는 힘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역에 맞는 인구정책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