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기술도 만나고 부딪치며 진화한다

1 week ag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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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룡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의 저서 '네트워크, 세상을 움직이는 5가지 연결'은 복잡계 이론과 창발 현상을 통해 물리학, 진화론, 뇌과학, 경제학의 연관성을 탐구한다.

저자는 유전자의 진화 과정과 기술 발전을 비교하며, 복잡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래 예측을 위한 사고실험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과학의 언어로 세상의 지도를 그리며, 과학을 통해 자유의 필연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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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룡 삼성전자 부사장 저서
네트워크 속 수많은 개체들이
서로 연결되고 영향 주고받아
새로운 성질의 존재로 거듭나
유전자부터 AI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화·혁신 이 과정 거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체는 단순한 부분의 합일까. 아니면 부분을 떠나 별도의 의미를 지닌 존재일까. 현대물리학의 3대 이론으로 꼽히는 '복잡계 이론'은 후자의 손을 들어준다. 이유는 부분끼리의 '연결'과 '상호작용'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요소가 많아지면 집단은 개별 요소의 특성을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성질과 움직임을 보이는 존재로 진화한다. 과학에서 말하는 '창발 현상'이다.

그런데 창발 현상이 나타는 방식과 형태에 패턴이 있고 이를 기초로 세계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어떨까.

물리학 박사인 김일룡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의 저서 '네트워크, 세상을 움직이는 5가지 연결'은 창발 현상을 낳는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물리학·진화론·뇌과학·경제학을 통섭해 물질세계와 생명, 컴퓨터, 뇌, 사회의 지도를 그린다. 각 부문에서 진화 원리를 추출하고 이를 다른 부문과 연결하면서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 예측을 시도한다.

네트워크 세상을 움직이는 5가지 연결 김일룡 지음, 동아시아 펴냄, 2만2000원

네트워크 세상을 움직이는 5가지 연결 김일룡 지음, 동아시아 펴냄, 2만2000원

책은 인류의 세계관을 뒤흔든 근대과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의 고전역학에서 창발한 '열역학 제2법칙'을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개별 입자의 위치, 속도, 힘을 알면 향후 입자의 움직임도 알 수 있다는 뉴턴 역학은 해당 법칙을 설명하지 못했다. 법칙 자체도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르는 현상(엔트로피 증가)을 발견한 것뿐이었다. 이를 설명한 건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루트비히 볼츠만이었다.

그는 개별 입자에 주목하는 대신 상호작용하는 입자들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거시적 분포 현상과 경향성에 주목했다. 수많은 입자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경우의 수를 통계적으로 해석한 결과 우주에선 통계적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예측을 해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요소가 많아질수록 새로운 '경향'이 창발되는 현상이다.

저자는 요소들이 대규모로 결합하는 순간 이전과는 새로운 기능과 경향을 갖춘다는 점을 컴퓨터의 발전 역사로도 유사하게 설명해낸다.

"실리콘에서 트랜지스터, 트랜지스터에서 셀, 셀에서 기능 블록,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도약이 있다. 여기에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류에서 시간으로, 시간에서 기능으로, 기능에서 지능으로, 다양한 양질 전환이 개입한다."

저자는 유전자의 진화 과정과 기술 발전의 유사성도 발견해낸다. 진화론과 복잡계 이론에 따르면 생명의 설계도인 유전자는 사실상 서로 간 무한대의 조합이 가능하다. 진화를 좌우하는 건 환경이다. 환경이 급변하면 유전자는 소수의 살아남는 형질로 진화의 방향이 수렴된다. 생존에 필요한 기준이 매우 협소해지면서 대부분의 유전적 변이가 도태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환경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면 여러 변이가 동시에 유지되면서 비슷하지만 다른 형질이 공존하는 '유전적 다양성'을 보인다.

이 같은 유전자 진화의 원리는 기술 발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반도체 분야에서 진행되던 CPU 속도 경쟁이 둔화되자, 산업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와 같이 다양한 시장으로 길을 냈다. 디지털카메라 산업에서 화소 극대화를 중심으로 펼쳐지던 경쟁 무대가 인공지능(AI) 보정, 센서 성능 등 다른 영역으로 확대된 것도 맥을 같이한다.

저자는 무수한 인간이 일궈낸 사회와 같이 극도로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도 한계 이론, 효용 극대화 원리, 최소작용원리와 같은 진화 원리를 기반으로 미래 예측을 위한 사고실험을 시도한다. 단일하고 확정된 결론과 예측을 내지 못하면서도 과학의 언어로 세상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으며 저자는 말한다.

"과학의 땅에 서 있을 것, 그리고 과학을 지켜볼 것. 그럼으로써 자유는 필연을 인식할 때만이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을 것. 이것이 21세기형 실존주의라고 믿는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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