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되살아나는 듯했던 홈플러스 회생 기대감이 다시 식어가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요구한 핵심 자구책인 익스프레스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실질 정상화까지는 역부족이란 우려 때문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이번 주 안으로 채권자협의회 의견조회를 통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긴급운영자금(DIP) 금융, 회생절차 연장 등에 대한 입장을 확인할 예정이다. 채권자협의회에서 DIP 금융 지원에 반대하면 회생절차 연장은 어려워진다.
일단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익스프레스 매각 무산 우려는 잦아들었다. 하림은 2000억원대 초반으로 거론되는 매각대금을 감당할 여력이 충분한 후보로 평가된다. 홈플러스 입장에선 한숨을 돌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2000억원대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임직원들의 3월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현금이 바닥난 상황에선 순식간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지난달 말 기준 홈플러스의 상거래 대금 연체액이 약 3200억원, 이 가운데 외상매입금 성격의 연체 금액만 1600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한 차례 비슷한 장면도 있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김병주 회장 개인 자산 등을 담보로 1000억원을 홈플러스에 긴급 투입했지만, 이 자금은 밀려 있던 임금 지급 등에 사용돼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이 유입되더라도 상당 부분은 다시 인건비와 일부 상거래채권 상환에 우선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안팎에서 "깨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 심각한 것은 영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가 납품 대금을 정산하지 못하면서 납품 중단이나 거래 종료를 선언한 업체만 300곳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의 물량 수급을 보여주는 발주 대비 납품률도 50%대로 떨어졌다.
공과금과 각종 공익채권 문제도 남아 있다. 한전이 홈플러스 점포를 상대로 미납 전기료 소송에 나선 가운데, 임대차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채권과 공익채권 증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회생 계획도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고 있다. 애초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는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과 함께 3000억원 규모의 DIP 조달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메리츠금융그룹과 산업은행 등이 미온적 반응을 보인 탓에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졌다. 현재까지 실제로 투입된 자금은 MBK의 1000억원이 전부다.
일각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에 대한 2000억원 규모의 DIP 지원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도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을 담보로 삼는 지원이기에 큰 의미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홈플러스 입장에선 거래를 마치고 들어올 자금을 보다 일찍 받는 정도의 차이에 그친다는 평가다.
MBK가 관리인 변경 시 추가로 1000억원을 더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시장에선 이 역시 근본 처방과는 거리가 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익스프레스 매각만으로는 재무구조를 되살리기 어렵고, 금융권의 추가 유동성 지원 없이는 정상화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홈플러스가 익스프레스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미납 임금과 상거래채권, 공과금, 납품 정상화까지 풀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시선이 여전하다. 결국 공은 채권단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채권자협의회 대표 채권자는 메리츠증권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익스프레스를 매각하더라도 연체 대금과 직원 임금을 지급하면 자금이 동난다"며 "홈플러스의 미래는 메리츠와 산업은행 등 금융권이 얼마나 전향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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