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미래를 결정짓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재판이 미국 시간으로 27일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시작됐다. 이는 세계 최대 부자인 일론 머스크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비영리단체에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영리 기업이 된 것을 둘러싼 소송이다.
이번 소송은 결과에 관계없이 잃을 것이 많지 않은 머스크보다는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는 오픈AI가 잃을 것이 더 많은 소송으로 평가된다.
28일 외신들에 따르면, 머스크가 오픈AI와 오픈AI의 샘 올트먼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의 모두 진술은 전 날 선정된 9명의 배심원단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 법원에서 시작됐다.
머스크가 오픈AI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의 쟁점은
머스크는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인 올트먼과 사장인 그렉 브록만이 인류의 이익을 위해 AI를 선의로 관리해야 한다는 회사의 사명을 저버리고, 자신들과 투자자들을 위한 "부의 창출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써 자신과 대중을 배신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오픈AI와 오픈AI의 최대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1,500억달러(약 221조원) 의 ‘자선 신탁 위반 및 부당 이득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손해 배상만 청구한 것이 아니다. 머스크는 법원 제출서류에서 이번 소송의 목표를 “오픈AI가 비영리 단체로 돌아가고 비영리 연구 기관으로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 올트먼과 브록만이 경영진에서 해임되고 올트먼은 이사회에서도 물러날 것을 원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오픈AI의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올해안에 예상하고 있는 오픈AI의 IPO 계획도 무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머스크와 올트먼 및 오픈AI의 갈등의 뿌리
머스크와 올트먼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구글 같은 경쟁업체에 맞서기 위해 2015년 비영리 단체인 오픈AI를 설립했다.
41세의 올트먼과 54세의 머스크는 IT 업계에서 함께 성장한 사이는 아니다. 머스크는 전기차와 재사용 가능한 로켓으로 이미 IT업계의 거물이었고 올트먼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 컴비네이터를 운영자로 실력을 보였다. 머스크는 강력한 AI 시스템이 제기하는 위험에 대해 오랫동안 우려를 표명해 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픈AI는 AI 개발에 필요한 수십억 달러의 자금 확보는 순수 비영리 모델로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2017년초 오픈AI는 비영리 단체의 감독을 받는 영리 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오픈AI에 따르면, 이 시기에 “일론은 우리가 테슬라와 합병하거나 완전한 경영권을 갖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머스크는 "오픈AI 지분 과반수, 초기 이사회 장악, 그리고 CEO 자리"를 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픈AI는 머스크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았고, 머스크는 2018년 초에 오픈AI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그 다음 해인 2019년, 오픈AI가 영리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올트먼은 공식적으로 오픈AI의 CEO가 됐다. 즉 머스크는 오픈AI의 최고 경영자가 되고 싶어했는데 올트먼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머스크가 오픈AI의 영리법인 계획을 몰랐을까
머스크는 오픈AI가 비영리 단체라는 사명으로 설립된 초기에 약 3,8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자신이 이사회에서 물러난 지 1년만인 2019년 3월에 영리 법인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오픈AI는 머스크가 영리법인 전환 계획을 알고 또 지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머스크가 오픈AI의 CEO 자리에 오르지 못한 후 자신의 AI 회사를 설립하고 나서야 오픈AI의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소송에 나섰다는 것이 오픈AI의 반박이다. 즉 오픈AI의 성장을 저해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설립한 xAI를 지원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이다. xAI는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직후인 2023년에 머스크가 설립했다.
머스크의 xAI는 사용률 면에서 오픈AI에 크게 뒤쳐져 있다. 그는 이 사업을 자신의 로켓 회사인 스페이스X에 통합했다.
소송 진행 일정
미국 연방지방법원 판사인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는 배심원들이 5월 12일까지 피고인들의 책임 여부에 대한 심의를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배심원단에는 간호사, 시 공무원, 퇴직자들이 포함돼 있다. 배심원단이 피고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면 양측은 판사에게 가능한 구제책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와 올트먼,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는 이번주 안에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로이터는 이번 재판이 브록먼의 아파트에 있던 비영리 연구소에서 8,5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한 오픈AI를 형성한 몇몇 인물들의 자존심과 개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IPO 앞둔 오픈AI가 잃을 것이 더 많은 소송
이 소송에서 머스크는 져도 크게 잃을 것이 없다. 불가능해 보이는 많은 혁신을 이뤄낸 인물이지만 머스크의 평판이 훼손될 위험성은 크지 않다. 그는 이미 자신이 한 말을 수시로 번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기업공개와 막대한 투자를 앞둔 오픈AI는 회사는 물론 경영진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의문과 오픈AI의 경영진에 대한 의구심은 IPO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더 나아가 AI 기술에 대한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만약 머스크가 승소한다면, 오픈AI는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함께 심각한 경영난과 구조조정 위협이 몰아 닥칠 수도 있다.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머스크의 법적 공세 자체가 경쟁 심화와 IPO를 앞둔 오픈AI와 올트먼의 앞길에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오픈AI는 구글과 앤트로픽을 비롯한 경쟁사들과의 경쟁 심화에 직면하여 컴퓨팅 자원 확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지난 가을, 오픈AI는 조직 구조를 다시 개편하여 공익법인으로 전환했다. 비영리 단체와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다른 투자자들이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비영리 단체는 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픈AI가 특정 기업 가치 목표를 달성할 경우 워런트도 받게 된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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