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만남은 클래식 연주자나 성악가가 대중화를 위해 가요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주로 이뤄졌다. 최근에는 반대로 대중가수와 연예기획사가 먼저 클래식 공연장과 오케스트라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연장은 관객층을 넓힐 수 있고, 가수는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장하며 익숙한 노래에 새로운 서사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대홍기획이 지난해 6월 시작한 시리즈L은 클래식 전용홀에서 대중음악 아티스트의 음악을 새로운 방식으로 들려주는 오리지널 공연 시리즈다. 소수빈과 루시, 홍이삭, 최유리 등에 이어 한로로가 아홉 번째 아티스트로 참여한다. 대홍기획 관계자는 “서로 다른 장르가 만나 새로운 공연 경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한로로의 서정적인 가사와 감정선이 오케스트라 선율과 만나 또 다른 몰입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향 세종문화회관 공연제작2팀 PD는 “관객이 처음에는 ‘클래식 공연이었나’ 생각하다 ‘마에스트로’로 이어지는 순간 의도를 깨닫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악기가 주선율을 되풀이하는 통상적인 편곡도 피했다. 이 PD는 “악기들이 반주자가 아니라 각자 명확한 역할을 지닌 연주자로서 공연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야 했다”며 “대중가수에게도 스스로 꾸린 콘서트에서는 쉽게 구현하기 어려운 무대를 실현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연예기획사 중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이 같은 시도를 가장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화의 ‘티오피(T.O.P.)’, 레드벨벳의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 등 클래식 음악을 일찍부터 샘플링 해 K팝에 접목해 온 SM은 2020년 클래식·재즈 레이블 SM클래식스를 출범시켰다. 이후 레드벨벳의 ‘빨간 맛’과 ‘사이코(Psycho)’, 에스파의 ‘블랙맘바(Black Mamba)’ 등 자사 히트곡을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SM클래식스는 K팝 오케스트라 공연을 현지 악단과 협업하는 글로벌 투어로도 확장하고 있다. 이달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시어터에서 메트로폴리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공연한 데 이어, 태국 방콕 프린스 마히돌 홀에서 타일랜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11월에는 베트남 하노이, 내년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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