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사진)이 한국과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술력이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해 어느 수준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부족하다. 그런데 늘 부족했다"며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돌멩이 하나를 잘 던져야 한다. 지금은 그 돌멩이를 잡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챗GPT 등 범용 AI 서비스를 내세워 글로벌 빅테크와 1 대 1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기본 대형언어모델(LLM) 기술을 바탕으로 상거래, 의료 등 버티컬 영역을 '돌멩이'로 잡아 네이버만의 AI 경쟁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이 의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투자법인 네이버벤처스 설립 기념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네이버가 주최한 네트워킹 행사에서 한국 특파원단을 만나 "(골리앗을 잡을) 돌멩이를 들기 전에 LLM, 클라우드 같은 기본적인 기술은 다 준비해야 한다"며 "그 후에 어떤 곳에 포커스를 해나갈지 전략을 발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엔 실리콘밸리 주요 창업가 및 엔지니어, 투자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네이버가 (AI로) 가장 첫번째로 하고 싶은 사업은 상거래"라며 "지금 LLM 모델을 누가 더 잘 만드나, 알고리즘을 잘 만드냐가 의미있는 싸움이지만, 가면 갈수록 (성능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고 결국은 데이터에서 차별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네이버는 국내에서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상거래)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고, 일본은 라인 데이터가 있다. 미국에선 포시마크, 스페인에선 왈라팝을 인수했다. 이쪽(상거래)이 굉장히 중요한 저희의 사업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바깥에서는 (네이버의) 포시마크 투자에 대해 '왜 중고시장에 네이버가 난데없이 투자했냐'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포시마크를) 상거래 데이터라고 본다"며 "굉장히 차분하게 전략을 준비해왔고 이제 더 공격적으로, 확실하 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글로벌투자책임자(GIO) 활동 당시 포시마크·왈라팝·왓패드 등 글로벌 기업을 인수했다.
이 의장은 "상거래는 (오픈AI 같은) 빅테크가 제너럴하게 데이터를 긁어모아서 하기에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LLM 모델과 데이터를 가지고 저희의 버티컬을 찾아낼 것"이라며 "제너럴하게 1 대 1 싸움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길을 찾겠다"며 "우리는 늘 언더독이었지만 25년 동안 (죽지 않고) 살아왔듯이 (상거래 등 버티컬 AI에) 길이 있다고 믿고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범용 AI 부분에서 글로벌 AI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이 의장은 "상거래에서의 글로벌화, 의료에서의 글로벌화 등을 1 대 1로 해서 제너럴하게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의 파도가 "인터넷과 모바일 레벨의 파도"고 했다. 그러면서 "AI라는 근본적인 파도가 왔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한다는 생각이다. 챗GPT가 나오기 전에 네이버 실험 모델을 통해 나온 답변들을 보고 우리 스스로도 놀랐다. AI 시대가 온 게 이사회에 복귀하게 된 기본적인 이유"라고 했다. 다만 "지금은 제가 앞에 선다기 보다 새 경영진들이 앞에 나서고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