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美 관세로 어두운 터널…불확실성 전례없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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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17 13:20 수정2025.04.17 13:2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불확실성이 전례없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발 관세 충격이 통화정책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며 "미국 관세 정책 강도와 주요국 대응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만큼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물가와 성장 등을 봤을 때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정책 불확실성, 금융안정, 자본 유출입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신성환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해야 한다고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신 위원이 물가와 성장만 보면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환율, 가계부채 등 우려할 만한 부분이 남아있어 이번에는 0.25%p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음달 발표 예정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이 총재는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기존 전망치는 1.5%다.

이 총재는 "1분기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할지 몰랐고, 정치 불확실성이 오래 갈지도 몰랐다"며 "미국 관세 충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애초 예상보다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고 불확실성 해소가 지체되면서 내수 경기가 매우 부진했다"며 "당분간 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하반기에는 많이 해소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다음 기준금리 결정 시점이 조기 대선 직전인 점을 언급하면서 "가급적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에 대해 "경제 모델로 따져보면 펀더멘털보다는 더 절하된 상황"이라며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과 정치 불확실성이 안정되면 더 내려올 여지가 있는 것으로 경제 모델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동성이 줄어들려면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이 어떻게 될지,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수용할지 보복할지 등이 정해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 인플레이션이나 성장에 따라 통화정책이 어떻게 갈지, 달러인덱스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정치 불확실성이 어떻게 해소될지에 따른 영향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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